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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나를 지키려는 마음

by은파랑

1908년, 하버드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은 생쥐 앞에 작은 전기 자극이 놓인 상자를 두고 어느 쪽 문으로 가야 하는지 가르쳤다.
자극이 아주 약하면 생쥐는 느긋해서 배우지 못했다. 자극이 너무 세면 겁에 질려 오히려 헤맸다. 가장 잘 배운 것은 적당히 긴장한 생쥐.

뒤에 사람들은 이 곡선에 두 사람 이름을 붙였다.
불안은 없애야 할 병이 아니라
알맞은 만큼일 때 우리를 깨우는 불빛이라는 뜻.

더 오래된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된다.
수십만 년 전, 풀숲이 바스락거리면
먼저 고개를 든 사람이 살아남았다.
"아무것도 아닐 거야" 하고 태평하게 누워 있던 사람보다
"혹시…" 하고 일어난 사람이
다음 날의 아침을 맞았다.
우리는 조심스러운 이들의 후손.

그러니 불안은 고장 난 경보기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성실하게 일하는 경보기다.
면접 전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이 일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뜻이고,
아이의 귀가가 늦어지는 밤에 마음이 서성이는 것은 아이가 내게 소중하다는 뜻이다.
불안의 뿌리에는 언제나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문제는 경보가 울릴 때마다
우리가 소리를 꺼버리려 한다는 데 있다.
"불안해하면 안 돼."
"이런 내가 한심해."
그러면 경보기는 더 크게 울린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같다.

2014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앨리슨 우드 브룩스는
노래방 무대 앞에 선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시켰다.
한 무리는 "나는 침착해"라고 말하게 했고
다른 무리는 "나는 설레"라고 말하게 했다.
불안을 지우려 한 사람보다
불안을 설렘으로 다시 읽은 사람들이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가슴이 뛰는 몸은 똑같았다.
달라진 것은 뜀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래서 불안 앞에서 해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일은
따지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너는 무엇을 지키려고 이렇게 서 있니.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이니.
대답이 나오면 불안은 막연한 소음에서
구체적인 마음이 된다.

"실수해서 인정받지 못할까 봐."
"혼자가 될까 봐."
"이 사람을 놓칠까 봐."
문장 뒤에는 언제나
내가 아끼는 것이 있다.
이름이 붙은 불안은 힘이 조금 줄고,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쯤 보이기 시작한다.

경보가 쉬지 않고 울리는 날도 있다.
몸이 지치고 잠을 설치고
일상이 흔들릴 만큼 오래 이어진다면
그것은 마음 혼자 버틸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의사나 상담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경보기를 고치는 현명한 방법이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의 연장이다.

오늘 밤 불안이 찾아왔다면
쫓아내려 하지 않아도 좋겠다.
다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알아, 네가 나를 지키려는 거지.
고마워. 오늘은 내가 같이 있을게."

불안은 적이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보초를 서온
나의 가장 충실한 파수꾼이다.
곁에 앉아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면
파수꾼도 조금은 쉬어갈 수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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