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눈, 지친 사람

by은파랑

1902년, 슬롯학자 찰스 쿨리는
사람이 타인의 눈을 거울삼아
자기 모습을 비춰 본다고 썼다.

'거울 자아'라고 그는 불렀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눈빛을 상상하고
상상에 웃거나 움츠러드는 마음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지 않는 거울 앞에 선다.

그러다 지쳐 간다.
거울은 누군가의 얼굴로 바뀌고
얼굴은 늘 나보다 반짝인다.

옛이야기 속에서
왕이 철학자에게 물었다.
"무엇이든 소원을 말해 보시오"

통 속에 누운 디오게네스는
느긋하게 답했다.
"햇빛이나 가리지 말아 주시오"

그는 왕의 시선 앞에서도
한 뼘 볕이면 충분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그만큼이다.

남 눈이 드리운 그늘을
한 걸음 비켜서서

내 몫의 햇빛 아래
가만히 앉아 보는 일

거울을 내려놓은 사람은
비로소 자기 얼굴을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잊은 얼굴로
편안히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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