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먼저 알아채는 것
기쁘다의 뿌리는
'긷브다'라고 전해진다.
길어 올리다의 '긷'과
닿아 있다는 풀이가 있다.
우물 깊은 곳에서
두레박이 물을 길어 올리듯
마음 밑바닥에 있던 것이
위로 떠올라 온 상태
그것이 기쁨의 오래된 얼굴
비슷한 말로 환희가 있다.
두 글자가 겹쳐
높이 솟구치는 마음
환희가
하늘로 터지는 불꽃이라면
기쁨은
땅속에서 차오르는 샘물
희(喜)라는 글자 속에는
북 고(壴)가 들어있다.
옛사람들은 기쁜 자리에서
북을 울렸고
그 소리가 가슴을 두드려
입꼬리를 먼저 끌어올렸다.
기쁨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알아채는 감정이다.
그래서 기쁜 사람은
묻지 않아도 티가 난다.
걸음이 가벼워지고
목소리가 반 음쯤 올라가고
눈가에 잔물결이
먼저 번져간다.
깊은 곳의 물이
한꺼번에 길어 올려져
얼굴 위로
찰랑, 하고 번져 나온 것
기쁨이란
얻어서 생기는 것이라기보다
이미 안에 고여 있던 것이
알맞은 때를 만나
기어이 수면까지
올라오는 일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