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 여름, 빅토르 위고는
약속한 원고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출판사의 독촉을 받아 들었다.
손님을 맞고, 거리를 걷고
다른 글을 고치고, 창밖을 보고
쓰지 않을 이유는 늘 넉넉했다.
그는 마침내 옷을 모두 장롱에 넣고 잠갔다.
문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커다란 숄 한 장만 어깨에 두른 채
스스로를 바카라상 앞에 가두었다.
잉크가 마르고 또 차오르는 사이
겨울이 오고, 펜 끝에서
노트르담의 종탑이 한 층씩 올라갔다.
오늘은 무겁고
내일은 가볍다
그래서 짐은 늘 내일로 건너간다.
2013년, 심리학자 푸시아 시로이스와
티모시 피킬은
미루는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게으름이 아니었다.
시간을 잘못 재서도 아니었다.
일이 불러올 불편한 감정에서
잠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빈 문서의 하얀빛
깜빡이며 기다리는 커서
시작하는 순간 드러날
서툰 나를 마주하기 싫어서
지금의 기분을 달래려고
내일의 나를 빌려 쓴다.
내일의 나는 언제나
지금보다 부지런해 보였고
지금보다 용감해 보였다.
오늘의 나는 미루고
내일의 나는 떠안고
모레의 나는 한숨 쉬고
그다음의 나는 또 미룬다.
바카라상을 닦고, 연필을 깎고
물을 한 잔 더 따르고
정작 첫 줄은 내일로 미루던 저녁
나는 쉬고 있다고 믿었지만
마음은 한 번도 쉬지 못했다.
끝내지 못한 일이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으니
오늘은 무겁고
내일은 가볍다.
그래서 짐은 늘 내일로 건너간다.
당신은 묻는다.
그렇게 미룰 거면서
왜 매일 계획을 세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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