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관계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by은파랑

1983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슬롯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비행기 승무원 교육장에 앉아 있었다.

교관은 승무원들에게 말했다.
미소는 당신들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화가 나는 승객 앞에서도
진심으로 웃으십시오.

그녀는 보았다.
열두 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승무원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내려앉는 순간을

몸이 지친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었다.
느끼지 않는 것을 느끼는 척하고
상대의 기분에 맞추어 내 표정을 고치는 일

그녀는 그것을 감정노동이라 불렀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에너지를 쓰는 일

웃으며 안부를 묻고
기분을 맞추고 말을 고르던 하루 끝에
현관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깨는 무겁고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관계는 마음으로 하는 달리기였다.
숨이 차오를 때 멈추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위한 호흡

오늘은 약속 사이에 빈 시간을 한 칸 남겨 두고
아무에게도 웃지 않아도 되는 저녁에
조용히 나를 눕혀 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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