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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회복

by은파랑

1955년, 하와이의 작은 섬 카우아이.
그해 태어난 아기 육백아흔여덟 명의 이름이
심리학자 에미 워너의 공바카라에 적혔다.
그녀는 이 아이들이 서른 해를 넘겨 자라는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 지켜보았다.

그중에는 처음부터 짐을 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었다.
가난하고, 부모는 병들거나 술에 기대고,
집 안에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누구든 그 아이들의 앞날을 어둡게 점쳤고,
실제로 많은 아이가 열여덟이 되기 전에
학교와 거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가운데 세 명에 한 명쯤은
다른 길로 걸어갔다.
스스로를 아끼고, 일을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단단하고 따뜻한 어른이 되었다.
워너는 이 아이들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닌지 살폈다.
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아이들 곁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모, 할머니, 이웃집 아저씨, 학교 선생님.
잘하든 못하든 "네가 거기 있어서 좋다"라고
말없이 알려준 단 한 사람

워너는 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상처가 깊다고 해서
회복의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회복은 상처가 없던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었던 사람에게 허락되는 길이다.

이십 세기 끝자락에 테데스키와 칼훈은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오래 만났다.
그들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았다.
"아픔이 좋은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무너진 자리에서
삶을 새로 짓는 것을 보았다.
이전엔 지나치던 사람의 온기가 보이고,
하루가 덤처럼 느껴지고,
자기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선명해졌다.

그들은 이것을 '외상 후 성장'이라 불렀다.
상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처를 품은 채 마음이 넓어진 것이다.

우리도 저마다의 카우아이를 지나왔다.
어떤 말에 베이고,
어떤 이별에 주저앉고,
어떤 해에는 아침에 눈 뜨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다.
그때는 빨리 나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제 그만 잊어야지."
"왜 아직도 이러고 있니."
그런데 아문 척한다고 아무는 상처는 없다.

회복은 직선이 아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아프고,
괜찮다가 어느 노래 한 줄에 무너지는 날도 있다.
뒷걸음질처럼 보이는 날에도
마음은 조용히 제 속도로 아물고 있다.
뼈가 붙는 일이 소리 없이 일어나듯.

그러니 상처 앞에서
서둘러 나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아프다고 말하고,
쉬어야 할 날은 쉬고,
곁에 있어 줄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된다.
한 사람이 없다면
오늘은 내가 나의 이모가 되어도 좋다.
"네가 거기 있어서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먼저 말해주는 것이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새살이 돋고
그 위로 나의 하루가 다시 쌓인다.
흉터는 약했던 증거가 아니라
견뎌냈다는 기록이다.

오늘 밤 아직 아픈 곳이 있다면
빨리 낫지 않는다고 자바카라하지 말자.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고,
당신은 지금 길 위를
충분히 잘 걷고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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