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바닷가 마을 아이들은
소라를 귀에 대고 눈을 감았다.
껍데기 안에 바다가 산다고 믿었다.
훗날 사람들은 소리의 정체를 밝혔다.
바다가 아니라 둘레 소리가
빈 껍데기 안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그러니 파도는 소라에 있지 않았다.
귀와 껍데기 사이, 비어 있는 곳에
소리가 모여 바다가 되어 있었다.
방 안에 누워 눈을 감으면
그대의 손이 천천히 내려온다.
머리칼을 쓸고, 이마를 지나고, 귓가에 닿는다.
쓸어내린다는 말
쓸다, 내리다.
치우는 손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손의 말
머리칼에는 결이 있다.
결은 나뭇결, 물결, 숨결, 살결의 결
흐르는 것들이 지나간 자국의 이름
그래서 머릿결 위로 손이 지나갈 때
나는 한 줄기 물이 되고
그대는 달빛에 끌려 들어오는 바다가 된다.
결이 결에게 닿으면
스치는 자리마다 잔물결이 일고
잔물결은 모여 밀물이 되어 온다.
손가락 사이로 새는 소리는
밀려오는 소리이면서 물러가는 소리
다가오는 숨이면서 멀어지는 숨
소리는 그대 손가락에 있지 않다.
내 귀에만 있지도 않다.
그대와 나 사이 비어 있는 곳에 있다.
나에게도 그런 오후가 있다.
커튼이 느리게 부풀던 한낮
말 한마디 없이 시간이 눕던 방
나는 알았다.
사랑이란 서로의 빈 곳을 맞대어
바다 한 채를 조용히 짓는 일임을
당신은 묻는다.
정말 파도 소리가 들리느냐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은 채 귀를 조금 기울여
당신 손끝 쪽으로 바다를 열어 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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