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반쪽에게

by은파랑

1996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극장가
톰 크루즈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나온 영화 한 편이
사람들 가슴에 짧은 문장 하나를 남겼다.

'제리 맥과이어'
성공을 좇던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서야
여자의 거실 문 앞에 섰다.

그는 한참을 서성이다
준비해 온 긴 말을 다 놓쳐 버리고
작은 목소리로 한 줄만 건넸다.

당신이 나를 완성해 준다.
원문으로는 "You complete me"
두 마디면 닿는 말이었다.

완성(完成)이라는 말

비어 있던 집에 지붕이 올라가고
불빛 하나가 켜지는 일

혼자서도 온전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사랑은 어쩌자고 모자람을 고백하게 하는가

그런데 모자람은 흠이 아니라
문이어서
문이 있어야 누군가 들어올 수 있다.

반쪽이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둘이 만나
서로 빈 곳에 이름을 붙여 준 것

그가 없던 방에는 창이 하나 모자랐고
그가 들어서자 그 자리에
저녁 빛이 비스듬히 고였다.

나는 걸음이 빠른 사람이었으나
네 곁에서는 걸음을 늦췄고
말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네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그렇게 덜어지고 보태지며
조금씩 둥글어졌다.
깎여서가 아니라 채워져서

말없이 건너온 따뜻한 손 하나에
오래 비어 있던 자리가 소리 없이 차오르던 저녁

그날 알았다.
완성이란 다 갖춘 상태가 아니라
빈자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는 일

당신은 묻는다.
내가 당신을 완성한다는 말이 정말이냐

대답 대신
불이 켜진 창가 쪽으로
의자 하나를 당신 쪽으로 당겨 놓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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