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

by은파랑

아주 오래전, 황하 강가 농부들은
하늘의 해를 올려다보며
한 해를 스물네 마디로 나누었다.

첫마디에 그들은
입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봄이 들어선다는 뜻

그런데 입춘 날씨는 아직 매섭다.
강물은 얼어 있고
바람 끝에는 칼날이 남아 있다

그래도 그들은 그날을 봄의 시작이라 불렀다.
절기는 땅 온도가 아니라
하늘 위 해의 자리를 따라 정해졌기 때문

눈에 보이는 봄이 오기 전에
봄은 이미 길 위에 올라 있다는 믿음이
이름 안에 담겨 있었다.

나무들도 그렇게 겨울을 건넌다.
잎이 다 떨어진 가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끝마다 작은 눈이 하나씩 맺혀 있다.

겨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지난여름과 가을, 해가 아직 길던 날에
나무가 다음 봄을 위해 미리 지어둔 것이다.

비늘 같은 껍질로 몸을 감싸고
가장 추운 날들을 견디며
잎이 될 것과 꽃이 될 것을 숨겨두었다.

오래 빈 가지 같은 날들을 지났다.
무엇도 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봄이라는 말이 먼 나라의 인사처럼 들렸다.
다시 기다려도 되는지
기다리다 또 실망하지는 않을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아침, 창문을 열자
바람의 결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차가웠지만
안에 아주 희미한 물기가 섞여 있었다.

그때 알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을 지키는 일이었다는 것

한 번 시든 마음이
다시 봄을 기다린다는 것은
이미 안에 작은 눈 하나가 맺혔다는 뜻

얼어붙은 가지 끝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아직 피지 않아도 괜찮다.
피어날 것이 안에서 자라고 있으니

그리고 조용히 말해본다.
이제 곧,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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