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미국에서
독일에서 건너온 심리학자가
얇은 바카라 한 권을 펴냈다.
제목은 '사랑의 기술'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랑이 기술이라니, 사랑은 빠지는 것이라 믿었다.
그는 조용히 되물었다.
피아노를 배우듯, 나무를 깎듯
사랑에도 배움과 연습이 필요하지 않느냐.
사랑은 만나는 운이 아니라
날마다 닦아 가는 솜씨
한 번 켜지는 불이 아니라 지켜 가는 불
감정(感情)이라는 말을 가만히 굴려 본다.
느낄 감, 뜻 정
마음이 건드려질 때 일어나는 잔물결이다.
잔물결은 곱지만 오래가지 않아서
오늘은 설레고 내일은 시들고
모레는 이유 없이 식어 버린다.
태도(態度)라는 말도 곱씹어 본다.
態는 마음에 능함이 얹힌 글자
度는 법도, 헤아려 지키는 한결같음이다.
그러니 태도란
마음이 몸으로 걸어 나와
삶의 모양을 갖추는 일
감정은 오고 가는 날씨
태도는 땅에 눌러앉은 기후
날씨는 하루를 바꾸고, 기후는 삶을 바꾼다.
설렘은 저절로 오지만
돌봄은 손수 해야 하고
끌림은 우연히 오지만 존중은 애써 지켜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알아 가려는 끈기
그의 자람에 바카라임을 다하는 걸음
날씨 같은 사랑이 있었다.
맑은 날에만 환하게 웃고
흐린 날에는 먼저 등을 돌리던 사랑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기분이었음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일이 사랑이었다.
식은 아침에도 문을 열고
말이 없는 저녁에도 곁에 앉아
오늘도 사랑하기로 다시 정하는 일
묻는다
설레지 않는 날에도 사랑이 맞느냐.
대답 대신
식은 찻잔 옆에 손을 얹고
오늘의 기후를 당신 곁에 가만히 놓아둔다.
은파랑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