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개밥바리기별'

by은파랑

아이들은 줄을 서며 자란다.
키 순서로
번호 순서로
성적 순서로

그러나 어떤 아이는
줄 밖으로 걸어 나간다.
사람들은 뒷모습을 두고
길을 잃었다고 말한다.

방황이라는 말을 오래 들여다본다.
방황과 방향
모음 하나가 다를 뿐인데
하나는 헤매고 하나는 향한다.

헤매 본 사람만이
제 쪽을 안다.
방황을 건너지 않은 방향은
남이 가리킨 쪽일 뿐이다.

길들다는 말속에는
길이 들어 있다.
남이 닦아 놓은 길에
순하게 드는 일

길드는 사람은 많고
길 내는 사람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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