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트라는 말은
흔히 굽는다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옛 독일 말에서
그것은 곱게 다진 고기를 뜻했다.
잘게 다진 고기로 채운 소시지
그것이 브라트부르스트였다.
1313년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뉘른베르크의 기록에
이 소시지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는
놀랄 만큼 작다.
손가락 하나 남짓한 길이
한 개 무게는 스무 그램 남짓
왜 이리 작아졌는지를 두고
이 도시에는 이야기가 여럿 전한다.
문을 닫은 뒤에도
늦은 손님에게 팔 수 있도록
여관 주인들이
열쇠 구멍으로 건넬 수 있게 만들었다.
혹은 도시의 지하 감옥
벽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갇힌 이들에게 밀어 넣어
먹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감옥은
구멍 감옥이라 불렸다.
그러나 진실은
훨씬 소박하다.
16세기
물건값이 자꾸만 치솟자
뉘른베르크의 푸줏간 사람들은
값은 그대로 두고
품질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소시지 크기를 줄였다.
속을 덜어낼지언정
속이지는 않겠다는 고집이었다.
힘줄과 껍질을 발라낸 돼지고기에
하얀 비계를 더해 곱게 다진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마요란을 넉넉히 비벼 넣는다.
풀내음과 흙내음을 함께 품은
작은 잎이
이 소시지의
얼굴이 된다.
다진 고기를 가느다란 창자에
꼭꼭 채워 짧게 비튼다.
석쇠를 뜻하는 로스트라는 말이
이름 앞에 붙은 것처럼
너도밤나무 장작불 위
쇠 석쇠에 가지런히 눕힌다.
껍질이 터지지 않도록
자주,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겉이 노릇노릇 그을리고
장작 연기가 은은히 스며든다.
단단하고 둥근 빵을 반으로 갈라
그 속에 갓 구운 소시지 세 개를 나란히 넣는다.
셋이 빵 속에
이 도시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노란 겨자를 한 줄
넉넉히 짜 올린다.
한 입 베어 물면
톡
얇은 껍질이 터진다.
뜨거운 육즙이
입안으로 쏟아진다.
곱게 다진 고기는
부드럽고 촘촘하게 씹히고
마요란의 향이
기름진 맛 사이로 산뜻하게 번진다.
너도밤나무 연기의 향이
뒤이어 코끝에 남고
겨자가
톡 쏘며 맛을 깨운다.
접시에 담아낼 때는
새콤하게 절인 양배추를 곁에 수북이 쌓는다.
기름진 소시지 한 입
새콤한 양배추 한 입
번갈아 먹을 때마다
입안이 새로워진다.
1404년
튀링겐의 작은 도시 아른슈타트
한 수녀원의 오래된 장부에
소시지를 만들 창자값이 적혀 있었다.
장부는
2000년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튀링겐의 소시지는
뉘른베르크의 것과 달리
한 뼘이 넘게
길고 가늘다.
마요란에 캐러웨이와 마늘을 더해
더 거칠고 더 촉촉하다.
1613년
처음으로 그 만드는 법이 기록되었다.
빵을 갈라 넣으면
양 끝이 빵 밖으로 길게 삐져나온다.
2003년
유럽은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를
처음으로
지켜야 할 이름으로 정했다.
그 이름은 오직
뉘른베르크 성벽 안에서 만든 것에만 붙는다.
독일의 브라트부르스트 한 개에는
칠백 년을 이어온
장작불과 석쇠의 기억과
값이 올라도 품질을 속이지 않으려
크기를 줄였던 푸줏간 사람들의 정직함과
마요란 한 줌의
풀내음이
뜨겁게, 톡 터지며
함께 구워져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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