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케밥

by은파랑

오스만 제국이 처음 도읍을 세웠던 도시
부르사

도시 시장 골목마다
양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양을 통째로
땅과 나란히 눕혀 숯불 위에서 돌렸다.

그러나 누운 고기는
고루 익지 않았다.

어떤 손님은 연한 살을 받고
어떤 손님은 질긴 살을 받았다.

녹아내린 기름은
숯불 위로 뚝뚝 떨어져

매캐한 연기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1867년
카얀 시장의 작은 가게에서

메흐메트의 아들
이스켄데르 에펜디가

누워 있던 고기를
일으켜 세우기로 했다.

울루다으 산자락에서
백리향을 뜯으며 자란 양을 골라

뼈와 힘줄을
정성껏 발라내고

얇게 저민 살을
곧게 선 쇠막대에 한 겹 한 겹 꽂아 올렸다.

맨 꼭대기에는
하얀 기름 덩이를 얹었다.

불 앞에서 고기탑이 빙글빙글 돌면
꼭대기의 기름이 천천히 녹아

아래로, 아래로
살과 살 사이를 적시며 흘러내렸다.

익은 겉면을
긴 칼로 얇게 저며내면

모든 손님이
똑같이 부드러운 고기를 받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도는 케밥이라 불렀다.

시간이 흘러 그 이름은
되네르가 되었고

그가 접시에 담아낸 요리에는
그의 이름 이스켄데르가 붙었다.

알렉산더라는
뜻이었다.

넓적한 피데 빵을
한 입 크기로 잘라 노릇하게 데워

접시 바닥에
가지런히 깐다.

위에
갓 저며낸 고기를 수북이 얹는다.

붉은 토마토소스를 끼얹고
곁에는 하얀 요구르트를 한 숟가락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
뜨겁게 녹인 버터를

치이익
고기 위에 쏟아붓는다.

버터가 지글지글 끓으며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포크로 고기와 빵을 함께 떠서
요구르트를 살짝 묻혀 입에 넣으면

고기의 겉은 불향을 머금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풀어진다.

백리향을 먹고 자란 양의
은은한 풀내음이 뒤따르고

녹은 버터의 고소함이
혀를 가득 덮는다.

토마토의 새콤함이 기름진 맛을 깨우고
차가운 요구르트가 뜨거운 입안을 식혀준다.

소스와 버터를 흠뻑 머금은 빵은
어느새 고기만큼 맛있어져 있다.

그보다 앞서
카스타모누의 한 요리사가 고기를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보다 먼저
한 영국 사진가의 사진 속 골목 어딘가에

이름 모를 장수가
도는 고기 앞에 서 있었다고도 한다.

누가 처음이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지만

고기탑은
멈추지 않고 돌았다.

1945년
이스탄불의 한 식당에서

왕과 총리와 배우들이
그 고기를 맛보았고

1960년대에는
빵 사이에 끼워 파는 되네르가

이스탄불 거리에
나타났다.

같은 무렵
백만 명에 가까운 튀르키예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 땅으로 건너갔다.

1972년
베를린의 한 이민자는

납작한 빵을 가르고
속에 되네르를 채워

바쁜 사람들이 걸으며 먹을 수 있게
건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두고
다른 이들의 반론도 이어지지만

지금 독일에는
사만 곳이 넘는 케밥 가게가 불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훗날
요즘 케밥에는 너무 많은 것을 넣는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튀르키예 케밥 한 접시에는

누운 고기를 일으켜 세운
한 요리사의 궁리와

모든 손님에게 똑같이 부드러운 살을 건네려던
공평한 마음과

고향을 떠나 먼 도시에서
다시 불을 지핀 이들의 걸음이

빙글빙글
뜨겁게 돌며 함께 익어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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