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동파육

by은파랑

1080년
조정을 비판한 글 몇 줄 때문에
한 시인이 옥에 갇혔다가

남쪽의 작은 고을 황주로
쫓겨 내려갔다.

마흔셋 나이였다.

그는 동쪽 언덕에
손수 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길렀다.

그 언덕 이름을 따
스스로를 동파라 불렀다.

살림은 궁색했다.

한 달 치 돈을 서른 봉지로 나누어
천장에 매달아 두고

아침마다
한 봉지씩만 꺼내 썼다.

그 고을 돼지고기는
흙값처럼 쌌다.

부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고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익혀야 할지 몰랐다.

시인은
값싼 고기를 솥에 넣었다.

물은 적게
불은 약하게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면

때가 무르익을 때
고기는 저절로 맛있어진다.

그는 그 요리법을
시로 적어 남겼다.

그해 강가에 배를 띄우고
적벽을 노래한 것도

가난한 유배지에서였다.

그로부터 십 년 가까이 흘러
그는 항저우를 다스리는 관리가 되어 돌아왔다.

아름답던 서호는
진흙과 수초에 메워져

숨이 막혀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일꾼을 모아
호수 바닥을 파내고

퍼낸 진흙을 쌓아
호수를 가로지르는 긴 둑을 만들었다.

둑 위에는
버드나무와 복사꽃을 심었다.

사람들은 둑을
소제라 불렀다.

호수가 다시 숨을 쉬자
백성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돼지고기와 술을
그의 집으로 보내왔다.

그는 고기를
황주에서 익힌 방법 그대로 요리해

호수를 판 일꾼들에게
다시 나누어 돌려주었다.

사람들은 고기를
동파가 되돌려준 고기라 부르며

그를 기억했다.

껍질째 붙은 두툼한 삼겹살을
네모 반듯하게 자른다.

끓는 물에 한번 데쳐
기름과 잡내를 걷어내고

볏짚 끈으로
십자로 단단히 묶는다.

냄비 바닥에
파와 생강을 넉넉히 깔고

고기를 껍질이 아래로 가게
가지런히 앉힌다.

누런 소흥주를 붓고
간장과 얼음설탕을 더한다.

물은 적게
불은 약하게

뚜껑을 덮고
몇 시간이고 뭉근하게 조린다.

국물이 졸아들고
고기가 대추빛으로 물들면

작은 항아리에 옮겨 담아
다시 한 번 쪄낸다.

뚜껑을 여는 순간
술과 간장의 달큰한 향이 훅 피어오른다.

붉은 갈색으로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네모난 고기

젓가락을 대기만 해도
비계가 스르르 갈라진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씹을 틈도 없이 녹아내린다.

껍질은 쫀득하게
비계는 푸딩처럼 부드럽게

살코기는 결결이
촉촉하게 풀어진다.

달콤함과 짭짤함이
혀 위에서 천천히 섞이고

밑바닥에서
은은한 술 향이 올라온다.

그토록 기름진데도
신기하게 느끼하지 않다.

흰쌀밥 한 숟가락 위에
윤기 나는 국물을 끼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말년에 그는
스스로를 늙은 먹보라 불렀다.

벼슬이 오르고 내리고
유배지가 바뀌어도

그는 먹는 일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서호에는
그의 이름을 딴 둑이 있고

항저우 식탁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고기가 오른다.

항저우 동파육 한 점에는

가난한 유배지에서 배운
약한 불과 긴 기다림과

받은 것을 다시 나누어 돌려준
한 시인의 넉넉한 마음이

달게, 부드럽게
함께 조려져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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