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무렵
지중해 한가운데 섬 시칠리아
바다를 건너온 아랍 사람들이
단단한 밀을 이 섬에 심었다.
밀가루에 물을 부어
힘껏 치대고 또 치대어
끈처럼 가늘고 길게 뽑아
햇볕에 바싹 말렸다.
섬사람들은
마른국수를 배에 가득 싣고
바다 너머
먼 항구들로 실어 보냈다.
그 시절을 적은 한 지리학자는
이 섬에서 끈 모양 음식이 만들어져
사방으로 팔려 나간다고
기록해 두었다.
반죽을 힘차게 치댄다는
이 섬의 말에서
마카로니라는 이름이
나왔다고도 한다.
1279년
제노바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재산 목록에도
파스타 한 바구니가
적혀 있었다.
먼 동방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국수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한참 뒤인 1929년
바다 건너 미국의 한 파스타 잡지가
광고처럼 지어낸
이야기였다.
파스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지중해의 부엌에 있었다.
열일곱 세기
남쪽의 항구 도시 나폴리
밀값은 떨어지고
고깃값은 치솟았다.
양배추 잎으로 끼니를 잇던 가난한 사람들을
이웃들은 잎 먹는 사람이라 불렀다.
그러다 이 도시 사람들은
마카로니 먹는 사람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베수비오 화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거리에 널어둔 면을
곰팡이 없이 천천히 말려주었다.
쇠로 된 압착기가 들어오며
면은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거리에 서서
긴 면발을 손으로 높이 들어 올려
입으로
받아넘겼다.
긴 세월 동안
파스타 위에 얹힌 것은
치즈와 기름
그리고 맑은 국물뿐이었다.
바다 건너 새 대륙에서 온
붉고 둥근 열매가
오랫동안 의심의 눈길을 받다가
마침내 부엌에 들어섰다.
1839년
나폴리의 한 귀족이
파스타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는 법을
처음으로 바카라에 적어 남겼다.
붉은 소스는
지금 파스타의 얼굴이 되었지만
사실은 가장 늦게
이 이야기에 끼어든 손님이었다.
단단한 밀을 거칠게 빻은 가루에
물만 부어 반죽한다
그것을 길게, 짧게
둥글게, 구멍 나게
수백 가지 모양으로
빚어내고 말린다.
큰 냄비에 물을 끓이고
바닷물처럼 짜게 소금을 푼다
면을 넣고
가만히 저어가며 삶는다.
한 가닥 건져 깨물어 보면
가운데 아주 얇은 심이 남아 있다.
이에 살짝 걸리는 순간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에 닿는다는 뜻으로
알 덴테라 불렀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저며 넣어 향을 낸다.
붉게 익은 토마토를 으깨 넣어
보글보글 졸인다.
삶은 면을 그대로 건져
팬으로 옮긴다.
면을 삶은 물 한 국자를 부어
팬을 흔들고 또 흔들면
기름과 물과 토마토가
하나로 어우러져
소스가
면발 하나하나에 감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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