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년, 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은
로버트 브라우닝을 사랑하게 되었다.
편지로 만나고
시로 마음을 나누었지만
정작 사랑의 크기는 말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 마음을
소네트 마흔네 편에 담아
서랍 깊숙이 숨겨두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그 종이 뭉치를 보기 전까지는
결혼하고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시들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가 첫 장을 읽어 내려갔을 때
비로소 알았다.
자신이 받아 온 사랑의 깊이를
말하지 않았다고
사랑이 작았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서랍이 있다
꺼내지 못한 말들
접어 둔 채 오래 눌러둔 문장들
나는 사랑한다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깊은 마음은
끝내 말이 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당신은 묻는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대답 대신
아직 펼치지 못한 서랍 하나를
당신 앞에 내려놓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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