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농사
부모님은 농사를 짓는다.
작은 밭뙈기라고 하시지만
그 밭에서 나는 농작물을
부모님뿐 아니라 삼 남매와
손주들까지 일 년 내내 먹는다.
아빠가 밭일을 하며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내셨다.
사진을 들여다보다
문득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밭에서 자라는 것은
농작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을 때
우리 삼 남매와 손주들까지
함께 심어 길러 오셨다는 것을.
나는 내가 자란 밭에서
해마다 다시 자란다.
동생들과 그들의 식구들
그리고 내 식구들까지.
우리는 부모의 밭에서
한데 어우러져 정성스러운
돌봄을 받는다.
비와 바람, 햇빛은
부모님의 든든한 협력자다.
부모님의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은 자식들이다.
힘을 다해 살다 고갈되면
비틀비틀 부모 품으로 파고든다.
거기 가면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서.
부모님은 밭의 작물들에게 말을 건다.
"우리 새끼들 먹을 거니까 잘 커라."
그 말은 작물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 새끼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커라.
농작물도 우리도 잘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