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떠난 사람을 기다릴까

by은나무


그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가끔이었다.


아무렇지 않던 순간에

문득 생각이 났고


생각이 나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이미 끝난 관계였는데도


그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그게 그리움이라고 믿었다.


사람은 원래

지나간 걸 그리워하니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 사람이 그리운 걸까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앞에 있었던 나를

더 자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덜 복잡했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은

지나간 사람보다


그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이 어땠는지를

더 오래 붙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그를 다시 사랑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