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다시 사랑한 게 아니었다.

by은나무


오래된 이름을 다시 듣는 순간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놀라지도 않았고

심장이 뛰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 멈칫했을 뿐이다.


나는 이미

그 시간을 다 지나왔다고 믿고 있었다.


그와 나는

꽤 오래전에 끝난 사이였다.


끝날 때는 분명히 끝났고

돌아볼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던 사람.


그래서였을까


그를 다시 마주한 순간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오랜만이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익숙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말투와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이미 끝난 관계라면

조금은 불편해야 하는데


우리는

마치 멈췄던 시간을 다시 이어가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조금씩 착각하기 시작했다.


혹시

다시 시작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그때는 몰랐다.


그 생각이

어디까지 나를 끌고 갈지


그는 여전히

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말했다.


“너 원래 이런 거 좋아했잖아”


나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 말이

괜히 마음에 남았다.


사람은

자기를 기억해 주는 사람에게 약해진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그를 떠올렸다.


보고 싶다는 감정보다는


이상하게

다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가까워져도 괜찮다고 믿었고


조금 더 마음을 열어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었다.


그게

내가 반복해 온 착각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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