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을 꺼내던 날

3부 나만의 독립 기념일(5)

by유진

코스피가 6,000을 찍은 날, 세상은 축제였다.

뉴스 화면마다 붉은 숫자가 넘쳤고 투자 모임 단톡방에는 축하 메시지가 올라왔다. 내 계좌에는 다른 알림이 떴다. 오래 지켜본 종목 하나가 하필 그날 역분할을 발표한 것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키우는 조치라서 기업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시장은 술렁였다. 누군가는 기회라며 달려들었고 누군가는 겁에 질려 매도 버튼을 눌렀다.


나는 둘 다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계좌를 잠갔다. 앱을 닫고 알림을 끈 뒤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 팔지도 사지도 않겠다는 뜻이었다. 시장의 소음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계좌를 잠그고 나니 다른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날 내 현실은 지수와 반대 방향이었다. 출판사 대표 2개월 차. 세상에 내놓은 바카라은 아직 없었고, 통장에 찍힌 매출은 정직하게 0원이었다.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방송을 준비하는 동안 잔고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그것을 준비 비용이라고 불렀다. 준비 비용이라는 말은 든든했다. 하지만
통장 숫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으니 무엇이든 제대로 채울 수 있다고, 매출 0원은 실패가 아니라 정교하게 세팅하는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말을 믿고 싶었고 반쯤은 믿었다. 그런데 반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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