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98km의 출장거리

3부 나만의 독립 기념일(3)

by유진

나는 아직 출장을 간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일은 사전 자원조사를 하러 간다. 그 지역에 어떤 공간과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지 미리 살펴보는 일이다. 이번에는 동료의 차를 타고 이동한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그래서 장거리 출장은 늘 대중교통으로 다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운전도 못 하는 사람인데, 정규직으로 일하던 시절에 나는 1년 동안 31,598km를 이동했다. 지구 둘레의 79%다. 퇴사하고 한참 뒤, 오래된 교통카드 내역을 정리하다가 합산해 보고서야 알았다. 계산기에 찍힌 숫자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가라는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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