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른 온도

2장. 선

by바다별다락방


그는 간단히 밥상을 차렸다. 밥과 국, 남아 있던 반찬 몇 가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늘 그랬듯이 숟가락을 들고, 천천히 한 입을 떠 넣었다. 씹는 소리가 조용히 입 안에서 울렸다. 생각보다 뚜렷한 감각이었다. 밥알이 부서지는 느낌, 국의 온도, 목을 타고 내려가는 움직임. 그는 그 감각을 그냥 두지 않고 거기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으나 오늘은 묘하게 달리 보였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분명히 말할 수는 없었고 자신까지도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제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이 같은 자리에 서 있는데도, 공간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것 같았다.


한순간 이렇게 조용하고 평범한 변화가 무슨 쓸모일까. 대단한 각성이나 확신이 아니라, 고작 씹는 감각과 숨의 리듬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곧장 뒤를 따라오는 것은 안도감이었다.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과장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여기 있었고, 살아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천천히 씹었다. 몸이 움직이고, 숨이 오르고 내리고, 심장이 고요하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낯설게 느꼈다. 그 낯섦 속에 이상하게도 가벼운 기쁨이 있었다. 생각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던 목소리들이 잠시 멀어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몸과 호흡, 그리고 지금이라는 시간뿐이었다.


그는 순간을 내버려두었고 조용히 알아차렸다. 맞은편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느꼈다. 깊고 맑은 눈동자. 흔들림 없이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숲속에서 마주친 사슴의 눈처럼, 도망치지도 다가오지도 않은 채 그것은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 눈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자신 안에 자리하고 있던 시선이라는 것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라진 적 없던 것.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고요한 존엄이 그 눈 속에 담겨 있었다. 숲 속에 조용히 서 있는 존재처럼. 그것은 소리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태도로. 그는 다시 한 입을 떠 넣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생각보다 깊고 또렷하게 그의 안을 채우고 있었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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