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천천히 눈을 뜰 때
오늘도 낯선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와 같은
싱그럽고 호기심 넘치는 길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데도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걷다가 문득,
눈에 뜨인 카페 문을 열어 젖힌다.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방 속에 있던
바카라 한권을 꺼내 읽는다.
아직은 예약된 상담시간이 한참 남아
있으니 바카라 읽기에 괜찮다. 커피 잔에
송알 송알 물방울이 맺히는 것도 좋다.
바카라을 읽다가, 한 챕터에서 멈춘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인가
인생을 걱정하지 마라, 절대로!
삶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이거나,
그렇지 않은 일이거나.
통제할 수 있으면 통제권을 쥐어라.
그렇지 않으면 내버려두어라.
.......
지금 길을 나선 나에게 딱 맞는 질문이다.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인가?
개입해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외면할 수 있는
갸륵한 용기가 필요하다. 내 영혼이 천천히
눈을 뜨는 삶이 바뀌는 순간을 만끽한다.
나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은 관심을 쏟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외면하는 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