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다시 찍으면 되잖아!

by어모쌤 손정화


한동안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업하는 장면 영상을 찍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들이 내 스마트폰 갤러리에 가득 찼다. 몇 개 안 되는 영상이지만 2시간 수업을 모두 촬영해서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갤러리만 가득 채운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저장 용량도 남기지 않고 꽉 채웠다.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영상만 잠깐 들여다봤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영상이 너무 커 옮기기도 어렵고, 편집해 잘라 버릴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잘 되지 않으니 마치 커다란 차 한 대가 도로를 막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그 자리에서 멈춰 꼼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몇 주 전 저장 용량이 없다는 경고 메시지에도 꾸역꾸역 영상과 사진을 집어넣다가 스마트폰 전체가 멈추고, 카지노톡의 모든 대화와 사진, 영상들이 자취를 감춘 끔찍한 일이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히 카지노톡의 대화 내용이 사라진 것은 큰 일 중에 큰 일이었다. 게다가 남편과 주고받았던 대화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나를 덮쳤을 때 딸에게 전화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엄마, 영상이랑 사진을 좀 정리해 봐! 그러면 다시 복구될 거야! 그리고 엄마는 카지노톡 대화를 저장하는 유료 서비스를 써!"

딸의 말에 갤러리를 열어 그동안 언젠가는 내 콘텐츠가 되겠지! 하며 아껴두었던 사진과 영상을 미친 듯이 삭제했다. 특히 영상들을!

방금 전까지 대화를 하는 족족 사라지던 카지노톡이 되살아났다. 대신 방금 했던 대화들은 사라졌다. 딸에게, 언니 동생들에게, 운영하는 챌린지 단톡방에 내 카지노톡의 모든 대화가 사라졌다고 알렸던 그 톡들은 내가 남기기가 무섭게 사라졌었는데 복구가 되니 정말 그 톡들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기억상실을 겪은 환자가 기억 상실의 기간 동안 겪은 것은 기억 못 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방영했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내 카지노톡은 잠시였지만 그 순간의 톡은 모두 잊고 있었다.


"카지노톡이 다시 살아났어! 아빠랑 한 톡이 다시 보여"

이번에는 웃는 목소리로 딸에게 안도의 말을 전했다. 딸도 엄마가 전화 너머로 울었으니 마음이 얼마나 안 좋았을까? 철없는 엄마, 늘 2% 부족한 엄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 같았다.

"거 봐! 내가 다시 살아난다고 했지?"

"응, 고마워!"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바로 톡을 저장하는 유료 서비스를 구독했다.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지운 영상들이 얼마나 많은 용량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스마트폰 전체 용량의 절반 가량의 빈 공간이 생겼었다.


그 공간을 단 몇 주 만에 수업 영상으로 채운 것이다. 쉬는 날이 돌아올 때마다 '오늘은 그 영상을 처리해야지!' 해놓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나가고 지나가고를 반복하다가 블로그에도, 온라인카지노에도 글을 쓰지 못했다. 매일 올리던 영상도 멈춰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는 수업 사진도, 영상도 더 촬영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영상은 다시 찍으면 되잖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그렇다! 영상을 다 사용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과감하게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삭제를 하면 되는 거였다. 버리면 되는 거였다.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이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글이 써졌다. 그래서 어제 블로그에도 글을 썼다. 글만 써진 것이 아니다. 다시 노트북을 열고 루틴을 찾았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자!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말자! 너무 많은 것을 계획하지 말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생도 비슷했다. 이것저것 다 붙들고 있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다. 너무 큰 계획은 시작조차 어렵고, 버릴 것은 버려야 새로운 것을 들여놓을 자리가 생긴다.

30년 가까이 유아교육을 해왔던 나도 그랬다. 어떻게든 붙들고 있어 보려고 보조교사라도 하며 어린이집 근무를 이어갔지만, 2022년부터 그 일을 놓았다. 과감하게 잘라낸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자리를 비우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은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사라진 것만 바라봤다. 육아종합지원센터 교육 의뢰가 뜸해졌다고 느끼면 아쉬워했고, 그 사이 채워진 부모교육과 복지관 강의, 어르신 수업은 잘 보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버린 행동이 더 성능 좋은 새로운 것을 들여놓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음을 기억해야겠다.

그제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고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늘 해야겠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붙잡지 못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