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강아지를 맡겼습니다 2

by어모쌤 손정화

몇 년 전에 이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조회수가 10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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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생후 3개월 된 아가 강아지였는데 이젠 눈에 시간이 쌓여 반짝임이 덜한 개가 된 달이!

개라고 하면 사랑스럽지 않게 느껴지니 강아지라고 애써 불러보려고 한다.

딸 집에서는 침대에서 자고, 안 되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데 우리 집에 오면 뭐라 하지 않아도 거실에만 있고, 안방에도, 딸 방에도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침대는커녕 소파에도 올라가지 않는다.

저절로 된 것은 아니다.

아가 때 왔을 때 알려주었는데 기억하는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잘한다.


추석을 맞아 시간이 난 것인지 딸이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 달이 유치원 차에 태워주고, 나중에 데리고 와 주기만 하면 돼"

계속 맡기는 것이 미안했는지 첫날 유치원 차에 태워주고 마지막 날 가서 데리고 오는 것만 해달라고 했다.

달이가 집으로 온다 한 날 다른 때처럼 엄마집에서 밥 먹고 드라마를 보다가

"엄마, 나 오늘 개딸이 온대!"

"개딸?"

"응, 달이!"

엄마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엄마, 그런데 내일 개딸 유치원도 보내야 한대"

"유치원?"

"응 유치원 차가 오는데 기다렸다가 태워주래"

엄마와 나는 또 한 번 서로를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그럼 얼른 가"

"이따 열한 시 반 넘어서 온대"

"엥?"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데리고 온대"


늦게 온다고 했으니 엄마와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와서 개딸을 기다렸다.

보면 달려들 것이 뻔하니 긴 바지를 갈아입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긴장 아닌 긴장을 한 것이 참 우습다.

작년에도 이렇게 딸이 여행 가며 유치원에 맡긴 달이를 돌아오는 날 픽업해 달라고 해서 유치원 차에서 내리는 달이를 받아 안았었다. 그 큰 개딸을 안아서 집으로 왔었다.

1년 만에 만난 달이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달라진 것을 굳이 찾으라면 이번에는 청 멜빵바지를 입고 왔다는 것? 하하하


딸은 잠깐 달이와 나의 재회를 도와주고 여행 준비를 하러 집으로 갔다.

남겨진 달이와 나!

달이를 오랫동안 쓰담쓰담 쓰다듬어 주며 사랑해 주었다.

"엄마집에 왔어! 우리 달이가!"

"아구 착해라! 우리 달이 많이 컸네"

아무리 예뻐도 안방에 들어오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내가 거실에서 달이와 함께 있었다.

소파에 앉아 쓰담쓰담하려니 달이가 소파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가볍게 툭 쳐서 못 올라오게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이니 한번 올라와보려고 했나 보다.

달이 때문에 2시가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달이는 내가 있는 방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내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나 잤을까? 달이의 작은 짖는 소리에 깨어서 보니 달이는 잠을 자긴 한 건지...

몸이 크다 보니 한번 짖으면 집이 쩌렁쩌렁 울리는데 이것도 작년에 왔을 때 입을 꼭 잡고 못 짖게 했더니 기억하고 마치 내가 입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작게 짖었다.

"달아 잘 잤어?"

달이는 꼬리로 대답을 했다.

"네, 엄마 잘 잤어요! 엄마도 잘 잤죠?"

"이제 조금 있다가 유치원에 가야 된대! 가면 재미있게 놀아! 엄마가 목요일에 데리러 갈게"

이번에는 달이가 뭐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소파에 앉아 달이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너무 일찍 깨어서 피곤했지만 더 자면 유치원 차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봐 일어나 움직였다. 씻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마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달이도 준비를 시켰다. 밥을 주고, 눈곱도 떼어 주었다. 어제 입고 온 청 멜빵바지를 다시 입혀주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달아 이건 이따 유치원 가서 입어"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달이 데리러 오셨대"

"응, 지금 나가려고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네! 알았어,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해"

겨우겨우 달이 목줄을 채웠다.


달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흥분한 달이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기다리시던 달이 유치원 선생님이 나에게서 목줄을 건네받았다.

작은 승용차의 문이 열렸다. 작은 켄넬이 있었다. 달이가 그 켄넬로 들어가야 하는 거였다. 낯선 사람에 이끌려 어디로 가는지 모를 켄넬에 들어가야 하는 달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달이는 정말 순하다. 금방 그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조금의 반항도 없이!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유치원에 가는 걸 아는 걸까?

집도 오래간만에 와도 기억했으니 유치원도 1년 만이지만 기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보여주려고 켄넬 안에 들어가 있는 달이 영상을 찍으며 달이를 스마트폰 안의 작은 네모 안에 한번 더 가두었다. 눈이 달라졌다. 분명 달이는 지금 평소의 상태가 아니었다. 잔뜩 긴장한 것이 분명했다.

동그란 눈이 달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달이를 태운 차가 떠나기도 전에 아니 차 문을 닫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왔다.

'뭐지? 나 지금 달이 유치원 보내면서 우는 거야?'

당황스러웠지만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아!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는 부모 심정이 이렇겠구나!'

딸을 데리고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너무나 새로운 경험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딸에게 톡이 왔다.

"엄마, 나 이제 비행기 탔어!"

"잘했네"

"달이 유치원 잘 갔어?"

"응 그런데 달이 유치원 차 타는 거 보고 눈물 나왔어 ㅎㅎㅎ"

"ㅋㅋㅋㅋ "


3박 4일 유치원에 있어야 하는 달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조금 지나니 딸이 유치원에서 보낸 사진이라며 달이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는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었다. 작년엔 마냥 즐겁게만 보이던 모습이 내가 손수 유치원을 보낸 후여서인지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달이도 그렇게 크는 거지 뭐!'

애써 달리 생각해 놓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달이 엄마가 가서 데리고 올까?"

톡을 쓰다가 멈췄다.

자꾸 눈에 밟히고 마음에 밟혀도 그냥 원래 계획대로 하는 것이 낫다는 걸 안다.


달이는 다시 집으로 올 수 있다는 걸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