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아!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by어모쌤 손정화


아침마다 인사를 하는 새로운 손님이 있다.

"어머! 너 아직 거기 있니?"

언제부터인가 아침이어도 내 배가 그 자리에 있다. 아침에는 항상 사라져 주었었는데 요즘엔 당최 어딜 안 가고 그 자리에 있다. 불청객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웃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아주 아프게 꼬집어 주고 있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생활습관이 바뀐 것도 없다. 원래 면 좋아하고, 밀가루 음식 좋아하고, 아이스크림은 밤 11시에도 한 통 다 먹고 자고 그랬다. 그래도 배가 나오지 않았었다. 살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었다. 그런데 가만히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바뀐 것이 있었다.


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매일 한 끼를 먹지는 않았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떡볶이를 주 2회 이상 먹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만 매일 식 후에 약 먹듯이 규칙적으로 먹지는 않았다.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 횟수가 많아진 만큼 내 뱃살이 늘어난 것이 틀림없다. 엄마와 밥을 먹는데 왜? 항암을 하고 계신 엄마가 뭐라도 맛있게 드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엄마가 평소에 잘 드시지 않으셨던 음식들을 매일 공수하고 있다. 엄마는 고기를 잘 드시지 않으셨었다. 면을 좋아하신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보양식은 기본으로 메뉴에 있다. 그 외에 모든 면 요리에 고기를 넣어 엄마와 함께 먹는다. 김치 칼국수에 소고기를 넣는다. 부위는 잘 모르겠다. 언니가 해 주는 음식이라. 수육과 함께 하는 칡 냉면은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서 먹었다. 각종 파스타와 피자! 엽떡도 삼겹살 토핑 추가! 엽떡 닭볶음탕! 갈비탕과 집에서 해 먹는 매운 짬뽕 우동! 거기에 요즘 간을 드시기 위해 잘 드시는 순대와 떡볶이!


엄마가 처음 항암을 시작하셨던 여름에도 하루가 멀다 않고 보양식을 먹었다. 엄마가 드시면 나도 자동으로 먹어야 했다. 그런데 그땐 이렇게 배가 나오지 않았다. 살이 찌나? 싶긴 했지만 아침마다 배가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봤다. 갱년기를 지나오면서 예전보다 에너지 소비가 줄고, 근육량도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전과 똑같이 먹어도 이제는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시기가 된 건 아닐까? 분명 내 몸은 내가 잘 때에도 일을 했다. 지금도 일을 할 테고! 그런데 전보다 필요한 열량이 줄었다는 거다. 갱년기를 지나오면서 몸의 변화도 있겠지만 내 몸의 근육이 줄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요즘 부쩍 규칙적인 식사를 못 하고 있다. 아침에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준비하고 나가기에 바쁘다. 점심은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다 놓치는 일이 잦았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은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든 만들어 썼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근육을 지키는 데도 그다지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뿔싸 다 알면서도 내 근육을 지키지 못했다.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중에 마치 내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어쩌다 인바디 체크를 하게 되었다. 걱정했던 대로 결과가 처참했다. 근육량이 부족하고, 복부 지방은 괜찮지만 피하지방량이 높다. 점수가 나오는지 몰랐는데 70점을 받았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결심을 했다. 뱃살과 헤어지기로!


우선 야채를 버리지 않게 그때그때 먹어야겠다. 엄마도 가끔 주시지만 교회 권사님도 주시는 야채들을 냉장고 신선칸에 넣어 놓고 결국에는 상하거나 말라비틀어져서 버리기 일쑤였다. 이젠 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을 바로 지켜보려고 상추와 오이, 토마토를 사 왔다. 바로 씻어 놓고, 먹을 준비를 해 놓아야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에 오자마자 상추를 씻고, 오이와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놓았다. 그날 저녁 식사에 토마토를 슬라이스로 자르고, 상추를 대여섯 장 꺼내 접시에 담았다. 오이는 3등분 해서 자르고 그중 2개를 8등분 해 접시에 담았다. 스텐볼에 밥을 원래 먹던 양의 반을 담고, 엄마표 오이지와 쿠팡표 무말랭이 양념을 조금 숟가락으로 떠 넣었다. 삶은 계란 하나를 으깨고, 올리브유 한 숟가락, 냉장고 열어 들기름을 꺼내 한 숟가락!


쓱쓱 싹싹 밥을 비볐다. 양념이 조금 많은 듯한 것이 딱 좋다. 나에게는 상추가 있으니까! 집 앞 반찬가게에서 사 온 진미채 무침, 건새우 볶음, 무말랭이의 투명 뚜껑을 열어 놓으면 준비 끝! 내 계획은 이렇다! 비빔밥은 상추에 싸 먹을 거다. 상추에 비빔밥을 올리고, 건새우 두 마리를 올린다. 장은 필요 없다. 바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오이를 먹으면 오이의 시원한 즙이 비빔밥의 간간함을 중화시켜 준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진미채는 잘게 잘라 놓고 조금 싱겁다 느껴지면 얼른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된다. 그 상태에서 간간하면 오이를!

이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비빔밥은 다 사라졌다. 오이 16조각도 거의 다 먹었다. 이제 남은 건 토마토! 토마토는 입가심으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치즈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건강을 위해 그냥 먹는 거라고 설득하면 된다.


벌써 이런 방법으로 세끼를 먹었다. 씻어 놓은 상추는 벌써 다 먹었다. 오이는 아직 남았지만 걱정 없다. 토마토도 과자 간식 대신 자주 슬라이스로 썰어 먹었다. 이만하면 나와의 약속을 무사히 지킬 수 있겠다 싶다. 뭐든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없던 계획성도 생기고 실행력도 더 높아지는 사람이 나다! 아침마다 배와 인사한 것은 잠시 나를 낙심케 했지만 그로 인해 안 좋은 생활 태도가 변화되고, 건강함을 찾는 내가 되었다. 문제의 심각성보다 변화될 나를 더 기대하기에 나는 문제 앞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나는 변화를 좋아한다. 특히 내가 만들어 내는 변화는 더 짜릿한 쾌감을 준다. 이번 야채 버리지 않기 변화로 건강도 되찾고, 뱃살과도 이별을 꼭 하리라 다짐해 본다.


뱃살아!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