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글을 쓸 때 제목부터 쓰지 않는다. 제목을 쓰고 나면 방금 전까지도 꽉 차 있었던 생각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 오늘도 그래서 난 제목부터 쓰지 않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쓰는 글은 그냥 쓰는 글이고 싶다. 일주일을 바쁘게 보내고 오롯이 가진 나의 시간에 잔잔한 음악과 함께 찾아온 선물을 여기에 펼쳐 놓고 싶다. 작가님들이 써 주신 댓글에 답글을 쓰다가 울음이 터졌다. 내가 쓴 글이 궁금해 다시 읽어보다가 더 크게 울었다.
문득문득이라는 말이 요즘 내 입에서 자주 산다. 문득문득 그가 왜 내 옆에 없는지 허공에 묻는다. 왜 우리 공간에 그가 없는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에 그는 왜 함께 하지 못하는지! 이게 사실인지! 정말인지! 문득문득 허공을 바라본다. 하던 일을 멈춘다. 방금 들어온 생각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 생각을 놔주면 그를 또 한 번 보내야 하는 것만 같아서 있는 힘껏 따라가 본다. 그러다 놔준다. 괜찮다고 하면 다시 안 올 것 같아 한바탕 울어준다. 언제까지 없는 그를 찾을 것인지! 언제쯤이면 이런 이름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라지는지! 알 수 없지만 문득문득을 지금은 기다린다.
"여보, 여보 이야기 글로 써도 돼요? 여보 이야기를 썼더니 나 온라인카지노 작가 신청 바로 합격했어요"
"원래 남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거지"
재미? 재미있으라고 그의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은 없다. 그 순간이 너무 힘들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썼었다.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에게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안 하게 되는 이야기! 그 순간에는 어느 누구의 위로도 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으면 싶었다. 언젠가는 웃으며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썼다. 지금이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이야기가 아름답다.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과거의 상처, 아픔은 더 이상 괴로움이 아니다. 그는 나와 딸에게 선물을 주고 갔다. 아무나 줄 수 없는 선물! 그 선물이 고마워 이렇게 매일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이 지난 힘들었던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꺼내놓는 것처럼 나도 꺼내놓는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그는 술로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일 것이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알코올 중독자일 거다. 다른 사람의 평판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무렇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거다. 사는 동안 늘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어도 난 늘 아무렇지 않았다. 딸을 위해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엄마 아빠를 위해 아무렇지 않아야 했다.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니 지난 시간들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몰랐다. 나 힘들어하고 있었었다.
"정화야! 너 우리한테 이렇게 오빠 이야기 많이 한 적 없었어! 그리고 너 우리한테 한 번도 힘들다고 한 적 없었어!"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의 말에 '나 진짜 이젠 괜찮아졌구나!'도 했지만 '나 안 괜찮았었구나!'를 했다.
남편을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시간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딸이 있음이 고맙다. 딸은 요즘도 아빠가 꿈에 자주 나온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청년의 모습으로 나와서 아빠가 정말 천국에 가셔서 잘 계신 것 같다고 했다. 술만 마시다 간 아빠가 아니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딸이 아빠를 기억할 때 좋은 기억이 더 많았으면 한다. 아빠가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딸의 말에 또 한 번 그에게 고맙다. 나약하게만 느껴져 주저앉았던 순간이 있었음을 고백했던 딸이 이젠 저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어 남편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요즘은 남편에게 하던 카톡도 멈춰있었는데 함께 온라인카지노 챌린지를 하는 작가님들 덕분에 애도의 글을 써본다. 저장하지 말고 바로 발행해보려고 한다. 저장하면 또 언제 꺼내게 될지 모르는 나의 마음을 꺼낸 김에 내보내야겠다.
"여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