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중간에 반려인을 만나 저녁을 먹고 함께 들어가는 일.
매일 1층의 시어머니께 꾸뻑 인사를 드리고 2층으로 올라가던 일.
휴무일마다, 반려인과 그의 노부모와 장을 보고 저녁까지 먹는 일과를 그만두었다.
가끔 혼자 도서관에 들르거나 산바카라하고 싶어도
그와 시간이 어긋날까 조바심 내던 날들.
이제는 자유롭게 보고 싶은 매물을 보러 가고
대신 머리감기를 하루 미루거나, OTT를 덜 보거나, 조금 늦게 잘 뿐이다.
혼자서 온전히 쉬는 몇 시간이 생기면
불꺼진 침실에 누워 뒹굴다 낮잠도 자고 엄마와 긴 통화도 한다.
그 시간 동안 육식 패밀리는 편안히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며 신날 일.
그만둔다.
묻는 말에 대답이 없어도 그러려니 하던 체념의 얼굴을.
한 걸음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던 노력을.
알아서 이해하고 녹이고 용서하던 습관을.
큰 소리가 싫어 눈치 보고, 분위기가 좋을 때만 언급하던 비겁함을.
말없이 강제되었지만 누구도 입밖으로 내지 않은
비릿한 패턴과 역할을 비로소 내려놓는다.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할 무언가일 수 없으니
그만둔다는 생각도 그만둔다.
모두와 같고 완전한 스스로를 묶어온, 그 밧줄같은 경계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