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라도 쓰고 싶은 날
무엇을 해도 정신이 없는 날
매출은 별로인데 일은 넘치는 날
분노가 기침처럼 불쑥 나오는 이상한 날
이 공간,
누군가에게서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존중받은 적이 있었어?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그에게서
한 번이라도 인격체로 존중받은 적이 있어?
처음엔 그랬을지도.
대부분의 날에
그는 나에게 코웃음을 치고
누군가는 이 공간을 비웃었지만
그거 알아?
달을 닮은 손길들도 있었지.
분간할 수 없는 희부연 어둠
맨발의 소녀가 징검다리를 스스럼없이 건너고 있어.
어디선가 들리는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
반복되는 음성을 따라서
보호받지 않으나 보호할 수 있는 곳
외롭지 않은 침실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