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것과 못난 것의 기준

by흔적


첫 신혼집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였는데, 주차장 가장자리를 따라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가 많은 것이 오래된 아파트의 매력이지만, 그때는 은행나무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나무 밑 주차 자리를 피할 길이 없었고, 가을만 되면 차 앞유리 아래 와이퍼가 놓인 움푹한 틈에 노란 낙엽과 열매가 가득해졌다. 차를 탈 때마다 치우고 타야 했으며, 차 주변에 떨어진 열매를 밟을 때의 미끄덩거리는 불쾌한 기분과 더러워진 신발 바닥은 일상이었다.


신도시로 이사한 후 처음에 가장 좋았던 건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안전한 길과 깔끔하게 잘 정돈된 동네 풍경, 그리고 지하 주차장이었다. 겨울에 차에서 내려 오들오들 떨며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했고, 벤치에 앉아 분수를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여전히 좋은 점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자 조금은 당연하고 무감각한 것이 되었다.


집에서 마트에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 대로변을 지나는 것, 또 하나는 옆 단지 아파트를 통과하는 길이다. 평소 가던 길도 조금씩 다르게 걷는 데 재미를 느끼는 나는 마트 가는 길이 참 심심하다고 생각하지만, 말끔히 정돈된 동네에는 좁은 골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보니 나무들의 키가 작고 잎도 별로 없어 앙상하게 느껴졌다. 심은 지 몇 년 안 된 것들이니 어쩔 수 없겠다 싶으면서도 얼마나 지나야 풍성해질까 시간을 헤아려보곤 했다.


이사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쯤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는 동네를 둘러보더니 “이 동네는 나무가 많아서 좋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새삼스레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 시야에 초록색이 가득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공원이 있어 나무와 풀이 많은데 왜 초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아니면 친구네 동네에 나무가 많이 없는 탓일까. 이 정도면 나무가 많다고 할 수 있나, 없나. 생각하다 보니 모든 건 바라보기 나름인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적을 수도, 어쩌면 많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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