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피트니스] 치킨 라이스

by다락방

그동안 허리가 아파 운동을 쉬었다. 하.. 시작하자마자 쉬려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여간 다시 시작했고, 다시 시작하면서는 식단에도 약간, 아주 약간의 변화를 주자고 마음 먹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었고 나는 내 근육의 쓰임을 제대로하고 또 근육을 강화하자는게 목적이었으므로 식단은 하지 않겠노라 애초에 코치한테도 말해두었더랬다. 식단이라니, 생각만해도 싫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일대일 피티와 식단에 대해 계속 사진을 주고 받으며 관리를 하던데, 나는 내가 먹는 것에 아무 변화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다'라는걸 강조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지나친 체지방 탓에 코치는 체지방 감량이 필요하다 했고, 내가 원하는게 근육 뿜뿜이며 그것이 드러나는 것이니 식단을 좀 신경 써보는걸 권유한다 했다. 나는 알겠노라 했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날에는 운동 끝나고 닭가슴살을 먹자, 라고 내심 결심해서 닭가슴살을 주문해두었는데, 좀 엄두가 안나긴했다. 약 십여년전쯤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마다 닭가슴살을 먹었던 때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금세 질릴까봐 나는 어떻게든 맛있게 먹기 위해 애를 썼었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파프리카를 같이 넣었던거다. 그래서 체중 감량에 어느정도 성공하긴 했었지만, 그건 다시 다 돌아왔고, 나는 냉장고에 쟁여둔 닭가슴살이 꼴보기가 싫어 어쩔 줄을 몰랐다. 더이상 먹기도 싫고 보기도 싫다!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서 엄마가 그걸 가지고 장조림도 만들어보고 하셨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되는건 아닐까, 한심하게 쟁여두고 돈지랄 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일단 열 개만 사두었다. 먹기 싫으면 먹지말자, 라고도 생각하고 처음 먹어보는데, 오, 요즘 닭가슴살 맛있게 잘 나오네. 그런데 양이 적다.. 그렇지만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니 참아! 했더랬다. 그렇게 닭가슴살 저녁을 두어번 했을 때, 여동생은 언니, 닭가슴살과 밥을 같이 먹어야 돼, 운동후에 탄수도 섭취해야해, 했더랬다. 나는 아침 점심으로 탄수화물 많이 먹어서 괜찮아, 라고 하고 닭가슴살만 또 시도했는데 하.. 역시 양이 적어. 어쩐지 화가 난다... 하던차,


얼마전에 코치가 저녁 어떻게 먹냐고 해서 운동하는 날 닭가슴살만 먹는다고 했더니, 밥도 조금 같이 먹으라고 했다. 탄수화물은 같이 먹어줘야 한다, 사람들은 살 빼려면 탄수화물 안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반드시 같이 먹어줘라, 그리고 계란도 하나 같이 먹어라, 고 하더라. 오! 사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저녁 탄수화물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왜냐하면 정말 아침 점심 탄수를 많이 먹으니까- 밥도 같이 먹으라는 코치의 조언은(그에 앞서 여동생도 말했었다) 매우 받아들이기 기쁜 것이었다. 기꺼이 받아들이리! 그렇게해서 나는 지난번부터 닭가슴살을 데워 찢은 후에 밥위에 올려 먹기 시작했다. 오오, 그런데 이게 너무 좋아! 맛이야 뭐 딱히 뛰어난건 아니지만, 어쩐지 동남아 여행갔던 생각이 나는게 아닌가!


싱가폴에도, 베트남에도, 홍콩에도 치킨라이스가 일반적인데, 오오, 이건 그냥 말그대로 치킨 라이스잖아? 게다가 비쥬얼마저 내가 호이안에서 몇 번 먹었던 치킨라이스와 다를 바 없다! 나는 내가 마치 동남아에 있는 것처럼 나의 닭가슴살과밥을 치킨라이스라며 즐기게 되는거다! 뭔가 신나! 이건 그냥 동남아에서 밥 사먹는 거라고!!


그러다가 문득, 어? 동남아 가서 치킨 라이스 먹고 호텔 헬쓰장 가서 운동해도 되겠네? 이러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ㅋㅋㅋ 어제도 하체 운동후 집에 가서 샤워하고 치킨 라이스 먹으면서 씐났다. 글쎄, 이것도 언젠가는 질리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좋아, 너무 좋아, 나 즐거워! 치킨 라이스 먹는게 기대 되어서-동남아에 있다는 그 낭! 만!- 운동도 즐거이 갈 수 있을것 같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IMG_1449.jpeg(베트남 호이안에서 먹었던 치킨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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