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관계의 함정>
테사는 늘 자신이 꿈꾸어왔던 일자리를 제안받는데 위치가 시애틀이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하딘은 졸업하면 런던에 가서 테사랑 지내고 싶었고 테사는 시애틀에서 나랑 지내면 안되겠니? 이렇게 되어서 둘은 어쩔 수 없이 롱디스턴스 커플,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젊고 아름다운 이들 커플이니만큼 뭐 레스토랑을 가도 끈적한 눈길로 바라보는 웨이터가 생기고 그런데 그 웨이터가 의대생이고 뭐 막 그런다. 짬을 내어 하딘은 시애틀에 가 테사를 만나고 알콩달콩 하다가 핫핫 하다가 뭐 그렇게 지내고 있다. 지나치게 핫한 경향이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 뭣이냐, 저 나라는 미국이고 나는 대한민국이다 하는 다른 나라에 사는 문화적 차이보다 저 자식은 금수저이고 나는 흙수저이다 하는 경제적 차이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테사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이었고 어릴 적에 집을 나가서 지금은 노숙자가 되어 테사 앞에 나타나 민폐를 끼치고 있다. 하딘에게 돈이나 얻어 가고.. 그런데 하딘은 엄청 부자인 거다. 지금 이십대 초반이며 대학생인 이들이 함께 살고 있던 집도 하딘 아버지의 지인이 외국 나간 사이 써라~ 하고 준 집인데 이 집도 진짜 엄청 좋단 말이다. 아마 내 돈 주고는 평생 살 수 없는 집일 것이다. 그런데 테사가 시애틀의 일자리를 제안 받고 사장 부부랑 시애틀로 옮겨가는데, 이 사장 부부가 '너 머물 곳 찾을 동안 우리랑 함께 있어도 좋아' 라고 하는거다. 나는 거기에서 흐음 사장 부부랑 살면 좀 불편할텐데.. 생각했는데 얼라리여~ 이건 뭐 집이 아니라 무슨 리조트다. 어마어마하게 넓고 크고 좋은 집인거다. 정원도 엄청나고 수영장도 있고 헬스장도 따로 있어서 이 집 남자들 거기서 운동한다. 그러니까 어떤 집이냐면, 인간의 수명이 120년이라고 했을 때, 내가 120년 다 채우고 죽어도 전세로 혹은 월세로도 얻을 수 없는 집인 것이다. 저 사장 부부는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저런 집을 시애틀에 가지고 살 수 있을까? 그리고 테사는 무슨 복이 있어서 자기 노력 1도 안들어갔는데 저런 집에 살 수가 있나. 나는 그런 집에 머물러본 경험이 없다. 테사보다 두 배 이상을 살았는데도 양재동에 원룸 하나 얻지 못한다.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회사 앞에 원룸 얻어서 다녀볼까, 했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좁은 원룸이 월세가 95만원인거다. 오.. 그냥 하던대로 해야겠다, 나는 월세 95만원에 바로 뒤로 물러섰는데, 테사는 지금 일을 시작하는 입장이고 나는 20년을 일했다굿!!!! 근데 20년 일한 나도 못사는 곳에서 아직 일 시작도 안한 테사는 사는 거냐굿!! 참.. 어이가 없다. 집이 하도 넓어서 여기 안에서는 정말이지 사생활 보호 다 되고 막 그럴 것이여..
테사가 사장 부부를 잘만나기도 했지만 남자친구가 엄청 부자다. 그래서 그런 집에서 살고 누릴 수 있는데, 그것도 참.. 운명이고 팔자구나 싶다. 남자를 만나도 내가 테사보다 몇 명을 더 만났는데, 나는 나보다 돈 못버는 남자들만 만났어. 내가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나는 그냥 쪼꼬미 월급 받으며 살고 있는데 내가 만난 남자들은 쪼꼬미 에다 귀요미 얹어준 월급 받는 남자들이라서.. 그런 남자들 만나기도 힘들텐데 나는 다 그랬다. 테사야, 어떻게 부자 남자 만났니? 내 주변엔 나랑 연애를 하는게 아니라, 단지 '아는 사이'여도 부자가 없단다? 나도 부자가 아니고 내 애인도 부자가 아니고 그래서 우리는 결국 부자가 될 수 없고..... 나는 그냥 여기에 있고..... Here I am...
게다가 하딘 가족하고 놀러간 오두막인지 별장인지 거기는 또 엄청나게 좋아가지고 집 앞에 자쿠지였나 온천이였나 막 그런 게 있다. 증맬루 어마어마하다. 다같이 놀러갔다가 하딘하고 테사만 먼저 돌아와서 온천에 들어갔는데, 아니 얘네가 거기서 불붙어 버린 거다. 그래서 서로 물고 빨고 하는 가운데 테사는 혹시라도 가족이 올까봐 걱정된다. 왜냐하면 이게 야외 온천이거든. 아무리 자기네 집앞이지만 누가 오면 바로 보인단 말이지. 그런데 이때 하딘은 안올거라고 하면서 이런다.
"날 믿어."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남자들이 날 믿어 이 대사 칠 때마다 증맬루 어이가 없어가지고. 아니, 이게 자기 의지가 아니잖아. 가족이 언제 올지는 자기 의지가 아니라고. 하딘은 하딘이지 하딘 아버지가 아니고 하딘은 하딘이지 하딘 동생이 아니라고. 그런데 지가 뭔데 아버지나 동생이 안 올것에 대해서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거야? 나는 이렇게 자기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에 날 믿어 라고 하는 놈들보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되어버린다.
일전에도 한 소설바카라에서 여자랑 남자랑 바닷속에 들어가 상어를 만나는데 남자가 겁먹은 여자한테 저 상어는 널 물지 않아 날 믿어, 이래가지고 내가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더랬다. 지가 상어야? 그 상어가 여태 사람 공격 안했다가도 수틀리면 물어버릴 수도 있는데 지가 뭔데 상어가 물지 안물지를 믿으라는거야? 왜 본인이 컨트럴 할 수 없는 일들에 대고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지 너무 짜증난다. 그건 허세야 뭐야?
이 돈많은 하딘은 영국으로 갈 비행기표 끊어놨다고 영국에 가자 한다. 대단하다.. 나는 비행기표 내 꺼 하나 긁는것도 할부인데.. 아아 이 엄청난 빈부의 격차. 여튼 엄마가 남자친구와 재혼을 한다고 해서 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데, 바로 내일이 결혼식이고 하딘과 테사는 엄마의 집에서 잔단 말야? 새벽에 잠깐 깼던 하딘이 수상한 소리에 놀라서 부엌에 내려가보니 하딘의 엄마가 테사 사장이랑 싱크대 섹스를 하고 있는 겁니다.....
네??
엄마는 내일 마이크랑 결혼하는데... 왜......
뭐 그 둘은 오래된 사이라고 하고 서로를 끊어낼 수 없는 사이라고 하는데, 사장 아내는 지금 임신중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임신한 아내를 두고 바람 피고 내일 결혼할 남자를 두고 바람 피고..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 말을 들어보래, 그런게 아니라, 우리도 사연이 길대. 그러면 길면, 긴 사람들끼리 만나면 되지, 왜 엄한 사람들 데려다 같이 사는거야? 어처구니. 아무튼 여기에서 또 하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딘 엄마의 집은 평범한 집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그 집에 지금 저 방에서 아들 커플이 자고 있어. 그러니까 아들 커플이 아니라 다른 누가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걸 알면서 부엌에서 섹스를 하느냔 말이다. 섹스를 하다보면 이래저래 소리가 나고 그러면 누군가 들을 수도 있는데, 왜 .. 대체 왜... 절레절레.
일전에 샐리 루니의 소설에서도 프랜시스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머무는 공간 안에서 닉의 방에 밤마다 가서 섹스하는 장면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았는데, 그러지들 말자. 들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초조해하는 거, 그게 스릴이 주는 쾌감 있고 뭐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만약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으악, 스릴 짜릿해, 쾌감이 배가 돼! 이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게다가 그걸 만약 누가 보게 된다면 들킨 사람보다 나는 그걸 보게 된 사람이 더 충격일 것 같아. 넘나 싫다.. 아 나는 넘나 고지식한 인간인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여간 롱디, 너네는 성공하렴. 나는 실패했지만.
하딘과 테사를 보면서 참 부러웠던 게,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인데 섹스를 참 잘한다는 거다. 저 나이 때 저렇게 잘하는게..가능한건가? 서양에서는 다 저러는건가? 아니 우리나라도 그러는데 나만 아니었던건가? 나는 참... 암튼 그렇다. 어제도 영화 보면서.. 젊은이들이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늙은 나보다 잘하냐.. 했다.
잘먹고 잘살아라. 나는 요가로 마음의 평정을 찾겠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