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외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은 모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만큼 내 뜻을 잘 전달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외국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다면 그건 더하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절반의 절반도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영어학원 수업은, 그동안의 복습이었다. 선생님은 많은 질문을 했고 그 질문들은 그전 수업 시간에 나온 질문들과 많이 겹쳤다. 그러니 나는 대답만 잘해내면 되었다. 그러나 대답하다가 내 뜻하는 바가 문장으로 완성되지 못해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러다보니 내가 원래 생각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특히 독서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질문들의 대부분이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것들이고 자연스럽게 나는 바카라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어떤 종류의 바카라을 읽냐 최근에 본 영화는 어떤 것이냐 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는 질문들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나는 바카라을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바카라을 읽으면 대화의 기술도 좀 더 익힐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이 말을 하게 된 나의 의도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바카라을 읽으면 인간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좀 더 성찰할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대화도 좀 더 하게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화의 마지막은 엉뚱하게도 내가 바카라을 읽는 이유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서가 되어 있었다. 하, 이게 아닌데.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을 정정할 시간도 실력도 없었다.
선생님, 내가 바카라을 그래서 읽는건 아니에요. 나는 그거 아니어도 커뮤니케이션 완전 잘해요..
그러나 속으로만 속삭였을 뿐,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바카라 읽는 사람이 되어 있어서 답답했다. 그리고 이게 내 생각보다 더 속상했다. 나 그래서 바카라 읽는 거 아닌데, 바카라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알게 되는거 좋은데, 바카라 읽으면 내가 사랑에 빠지고 내가 아파하는 거, 그거 좋은데, 바카라 속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들어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속상했다.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로 나눈 대화라면, 한국어로 이것을 설명할 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제한된 시간속에서 나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 답답했다. 하. 언젠가 영어 실력이 향상되면,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다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될까? 영어를 제대로 못하니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도 아주 많은 생략과 축약이 들어가버린다. 영어 실력 쪼렙은 웁니다..
그게 그게 아닌데, 그런데 그렇게 되어버려서, 어떻게 이 뜻을 전할까 하다가... 아니, 대체 왜 그것을 바로잡고 싶은건지 나도 잘 모르겠으나, 나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주문했다. 이미 절판 되어 더이상 유통되지 않는 바카라을 중고샵에서 주문했다. 이 바카라을 주면, 비록 십년도 더 전의 바카라이지만, 그러면, 좀 더 나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선물로 선생님에게 줄 생각인데, 그런데, 좀 망설여져서, 일단 구매는 했지만, 줄지 말지는 생각해봐야겠고, 그리고 지금 주는 것보다 마지막 수업때 주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주면 관계 약간 어색해지나. 하여간 바카라을 사기는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