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도 감자튀김을 먹었을까?

완벽함이라는 착각

by쨈맛캔디

과자는 참 이상한 음식이다. 한두 개만 먹겠다고 봉지를 뜯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손은 이미 바닥을 더듬고 있다. "누가 다 먹었지?" 답을 알면서도 매번 놀란 척하게 된다. 그렇게 텅 빈 과자 봉지를 바라보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도 감자튀김을 순식간에 비워본 적이 있었을까?"


참 뜬금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다. 우리는 위대한 인물을 떠올릴 때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인간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 바꿔 버린다. 스티브 잡스는 늘 검은 터틀넥을 입고 혁신만 고민했을 것 같고, 마이클 잭슨은 잠자는 순간조차 스텝을 밟았을 것 같으며, 아인슈타인은 꿈속에서도 우주의 비밀을 풀고 있었을 것만 같다. 그러니 소파에 기대어 감자튀김을 우적우적 먹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애써 부정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실제 스티브 잡스는 음식에 대해 기묘한 관심과 강박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떤 시기엔 과일만 먹었고, 채식을 고수했으며, 때로는 장기간 단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완벽한 식생활을 영위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인간은 그토록 단순하지 않으니까.


Chat GPT로 스티브 잡스가 감자튀김을 마구 먹는 이미지를 생성해 봤지만, 이상하게도 잘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착각한다. 그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고, 매일 운동을 하며, 언제나 건강식만 챙겨 먹고, 24시간 몰입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위대한 리더들도 술에 취하거나 늦잠을 자고, 수많은 명작을 남긴 작가도 마감을 미루며 괴로워한다. 심지어 정상급 운동선수조차 아이스크림, 햄버거의 유혹을 참지 못한다.


성취와 완벽함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탁월한 사람들의 본질은 모든 면에서의 완벽함이 아니라, 특정한 영역에 놀라울 정도로 집중과 에너지를 쏟는 능력에 있다. 그들은 우리보다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했던 것뿐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감자튀김 하루 미친듯이 먹었다고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루 운동을 쉬었다고 세워둔 목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감자튀김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사소한 실수를 너무나 쉽게 실패라는 이름으로 확대해석하곤 한다. 다이어트 중 과자 한 봉지에 “역시 난 의지가 부족해”라며 자바카라하고, 하루 독서를 거른 날엔 “난 역시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어”라며 스스로를 단정 짓는다.


위대한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들도 끊임없이 유혹을 느꼈고, 실수했으며, 후회했고, 때로는 무기력한 게으름 속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흔들린 다음 날, 다시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갔다는 것.




이제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스티브 잡스도 감자튀김을 순식간에 비워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밤늦게 콜라,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앞에 두고 허겁지겁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한 날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그가 감자튀김을 먹었는지가 아니었다. 바로 그 다음 날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유혹에 무너진 다음 날, 계획이 보기 좋게 틀어진 다음 날, 스스로에게 깊이 실망한 다음 날. 과연 그는 무엇을 했을까? 분명한 건,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자바카라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그는 다시 묵묵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 회복탄력성인지도 모른다. 오늘, 텅 빈 과자 봉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너졌던 마음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