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일보 칼럼을 씁니다.

[칼럼] 한국어나들이 1편, 한국 교민과 함께 세계로 나가는 한국어

byAeon Park

교민에게 한국말이란 무엇일까. 모국어라는 뜻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언어일 수도 있겠다. 내가 교민이었을 때 한국말이란, 우리 부부가 쓰는 말인데 우리 아이는 쓰지 않는 말. 그러므로 반드시 가르쳐야 했던 언어였다. 수십 년 전, 한국을 벗어나 돈을 벌겠다고 해외 이곳저곳으로 이민 간 어르신 세대만 해도 집에서조차 한국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말을 한다. 하루라도 빨리 외국에 정착하여 적응하고 동화되어야 했기 때문일 터. 지금 그렇게 한다는 교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제는 밖에서도 한국말을 구사한다는 것이 장점인 시대이니까.


지금처럼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영화, 음악, 문학, 음식, 의료, 미용 등 골고루 뜨거운 바로 그 중심에 한국어가 있다. 팝송 가사를 이해하고 싶어서 영어 낱말을 외우고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던 예전의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비친다. 6년 전, 영국 교민이었던 나는 동네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는데 모두 케이팝 팬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아이는 엄마, 아빠를 마미, 대디로 부르고 있었다. 한인이 없는 동네에서 오로지 엄마 아빠만 쓰는 언어는 아이가 쓰지 않게 된 거였다. 카페에서 ‘엄마~’ 소리가 들리면 놀라서 고개를 돌렸지만 그건 대부분 인도 아이였다. 인도 어느 지역에서는 ‘엄마’가 ‘Amma’라는 걸 그때 알았다. 엄마가 명색이 우리말 작가인데 아이가 우리말을 구사하지 못하다니 좌절하며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바카라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귀국 정리를 한다는 분이 전집을 내놓으면 거리와 상관없이 찾아가서 한국 바카라을 사 왔다. 아무리 멀어도 한국보다야 가깝고 운송비를 생각하면 더 저렴하다. 내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아이를 해외에서 이중언어자로 키우는데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전집으로 바카라장을 꽉 채웠을 즈음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이번엔 내가 귀국 정리를 하며 전집을 다른 한인 엄마에게 보냈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아이 영어를 유지하는 것보다 빠른 정착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은 먼저 말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나고 자란 아이인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라서 자랑스럽다. 다만 내게 한국어를 배우던 학생들에게는 갑자기 떠나야 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어는 이제 빠른 정착을 위해 하지 않아야 할 언어가 아니라 빠른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언어이다. 세계인들에게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것이 힙한(1) 일인지 오래. 한국 친구가 있어야 김치도 제대로 담그고 깻잎도 키워 먹어보고, 한국어를 하는 친구가 있어야 K-드라마와 아이돌 얘기를 할 수 있다. 알파 세대인 내 아이는 한국어 노래가 해외 쇼핑몰에서 흘러나올 때 부모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나는 너무 신기한 나머지 ‘와! 들어봐, 한국 노래야!’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이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싸이와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영국 차트에 있었기에 이 반가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국에서 한국인 최초 OO이라는 어떤 직업 타이틀이 있는 교포 남편은 가끔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지금도 해외에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한인이라는 이유로 현지 사람들의 관심을 좀 받았을까?’ 나는 대답한다. ‘이거 다 당신이 한 거야. 당신 같은 한인들이 여러 세월 동안 한국인임을 숨기지 않으며 전 세계에서 지고, 이기고, 양보하고, 기회를 빼앗겼지만 또 해내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했기 때문에 강남스타일도 있고 Dynamite도 있는 거야. 정말 수고 많았어.’라고.


(1) 힙-하다 「형용사」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 (우리말샘)


국립국어원의 <새국어생활> 1991년 여름호에 미국의 한국어 교육의 미래에 대한 글이 있다. 35년이 흘러 2026년에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양과 질의 양면에서 더욱 성장하려면 국내외의 한국어 교육자, 학자, 학부모, 재미 한인 슬롯의 유지, 한국 정부 당국과 민간단체 등 모두의 지혜와 지원이 아낌없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와이대학교 손호민 명예교수) ”


알고 보니 나는 10년쯤 되는 해외 생활에서 한국어 교육자, 학부모, 한인 슬롯의 일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다. 지금도 많은 교민 여러분이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여기서 두말할 것도 없다.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두말하다 「동사」

「1」 말을 이랬다저랬다 하다.

「2」 이러니저러니 불평을 하거나 덧붙이는 말을 하다.


*두말없다 「형용사」

「1」 이러니저러니 불평을 하거나 덧붙이는 말이 없다.

「2」 이러니저러니 말할 필요도 없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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