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딸아이는 서둘러 학교에 갔고 남편도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빈집에서 아침 먹은 뒷설거지를 했고 빨래도 돌리고 건조기도 돌리고 개는 것까지 마쳤다.
다음 주에 반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빌려 온 도서관 바카라을 좀 읽다가 거실에 붙은 벽시계를 봤다.
맞다. 저게 나한테 날아왔었지.
결혼 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사람들은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애써서 매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 동네에서 아빠가 돌아가셨고 이 동네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첫사랑을 경험했고 여기서 동생이 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밖의 여러 이유로 이곳이 너무 싫었다.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섰던 그 동네였다.
똑같은 집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다. 폭력이 행사된 곳과는 분명 다른 동 다른 호수이다. 창밖에 보이는 것도 다르고 시대도 변했고 때리던 동생도, 무기력한 엄마도 여기 없다. 또 여기 물건들은 내 것이 아니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도 내 것이 분명 아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날아오는 장면은 내 것인 것처럼 생생하다. 시계를 머리에 맞은 것 같은 얼얼함으로 읽고 있던 바카라을 덮었다. 노트북을 켰다. 지금 집에 아무도 없으니 내 지금 기분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적는다. 맞다, 나는 적는 사람이다.
친정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동생에게 한달에 얼마씩 현금을 줘야 한다고. 왜? 걔는 성인이잖아. 나는 딸을 키워야 하는데 내가 왜 동생에게 현금을 줘? 엄마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들이니까 그래야 하는 거랬다.
벽에 걸린 시계가 다시 던져졌다. 나는 던져진 시계를 다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