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후반전

연천 ㆍ전곡 투어

by자봉

익어가는 인생 후반전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맑고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옛 동료를 찾아 전방으로 향한다 ㆍ

고흥 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는 발사체처럼, 오늘 가을 하늘은 한 치의 흐림도 없이 푸르고 맑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산천의 빛깔도, 사람의 마음도 더 정갈하게 익어가는 듯하다.

오늘은 오랫동안 그리웠던 옛 온라인 게임 동료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경기도 양주 덕계 쪽에는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선배와 후배, 동료들이 두 명 살고 있다.


아침 일찍 간단히 채비를 마치고, 서울 북부 전방 지역인 동두천과 연천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11시 23분, 대곡역에서 의정부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의정부역을 거쳐 약속 장소인 덕계역에 다다랐다. 반가운 옛 동료가 마중 나와 있었다.


오랜만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안부를 나누는 순간, 수십 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옛 시절의 온기가 되살아났다.

우리는 1호선 전철로 갈아타고 천천히 북쪽으로 향했다. 덕정역과 동두천역, 동두천중앙역을 지나 목적지인 연천역으로 가는 길은 그 자체로 호젓한 여정이었다.

(연천역 앞 모습)


연천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감회가 가슴에 밀려온다 이곳 연천은 내가 30여 년 전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연천은 옛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시골 군청 소재지라고 하지만 도로와 거리가 어찌나 정갈하게 정비되어 있던지 기분이 새로웠다. 높고 차가운 빌딩들 대신 정겨운 저층 건물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었고, 연천군청과 우체국 농협이 친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 근처에는 연천의 역사를 담은 관광안내소와, 오래전 증기기관차가 숨을 고르며 물을 채우던 고풍스러운 급수탑이 당당하게 서 있어 지나간 세월의 운치를 더해준다.

역 광장에 예쁘게 조성된 분수대를 둘러보며 연천의 명소인 뎁싸리 공원이나 재인폭포를 가볼까도 생각했으나, 시간 여유가 마땅치 않았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천 읍내로 들어가 따뜻한 닭볶음탕을 나누어 먹었다. 자리를 옮겨 동료가 살고 있는 덕계역 근처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오랫동안 정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어 오후 5시가 가까워졌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전철에 올랐다.

창밖으로 30년 만에 다시 마주한 연천과 양주 동두천 일대의 들녘이 펼쳐졌다. 가을빛을 한껏 머금고 고개를 숙인 채 노랗게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니, 문득 내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풍경들이 겹쳐졌다.


고향 집 농촌에서 콩을 낫으로 베어 말리고 털어

자루에 담아 어깨에 짊어지고 오던 일, 이마에 땀방울을 송골송골 맺히며 벼를 베던 유년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시절에는 참 고생도 많았고 삶이 고단했지만,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 모든 통증과 고통마저도 가슴 따뜻한 추억이라는 보석으로 변해 있다.



은퇴 후 오랫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곳에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옛 온라인 게임 동료들과 정담을 나누고 맛있는 식사와 커피 한 잔을 함께한 오늘 하루는 참으로 보람차고 평화롭다

오늘 양주 덕계에서 옛 온라인 게임 동료들을 만났으니, 다음에는 양평 쪽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은퇴 동료들을 찾아가 고즈넉한 용문사를 함께 거닐어볼 생각이다.


또 다음 주에는 김포나 강화 쪽에 살고 있는 옛 동료들과의 반가운 만남도 기다리고 있다.


당장 내일은 중학교 동창이자 시설공단 본부장을 지내고 지금은 강화도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은퇴 이후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중학생친구들을 만나 마곡 서울식물원의 푸른 신록을 투어 하기로 했다.

이제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인생의 후반기 길목에 서고 보니, 참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눈에 보인다.


이제는 지나온 욕심과 집착을 서서히 내려놓고,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길을 글로 담담히 기록하며, 마음을 비우고 좋은 친구들과 옛 온라인 게임 동료들을 만나 웃음을 나누는 것.

그리고 작더라도 보람 있는 일을 찾아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전을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다 보니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흘려보낸 동료들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돌아오는 길은 더없이 충만하다.

며칠 뒤에는 골프를 좋아하는 옛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라운딩을 즐길 계획도 기다리고 있다.

오늘따라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나의 하루하루도 참 맑고 기분 좋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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