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후반전 2

가을. 그리고 삶의 찬가!

by자봉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때 하고,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가고 싶을 때 가야 한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볼 때마다 이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의 진리처럼 가슴 깊이 새겨지곤 한다. 세상만사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고, 건강하여 내 두 발로 세상을 누빌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인생의 풍요로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바람 끝에 제법 알싸한 가을 기운이 묻어나는 개천절 연휴의 첫날 아침, 시계를 보니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 너머 바라본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렀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계절, 집에 가만히 머물러 있기에는 흐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안양천변 광명지역)


가벼운 장갑을 챙겨 끼고 헬멧을 쓴 뒤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서늘한 아침 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설렘과 활력이 샘솟았다.

오늘의 여정은 지하철 5호선 양평역에서 하차하여 자전거를 타고 광명시로 향하는 안양천 물길을 따라 시작되었다. 맑게 흐르는 안양천 물빛과 강변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장미꽃들, 그리고 이름 모를 가을꽃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시원한 바람을 가르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배낭 속에 미리 준비해 온 사과와 간식거리를 떠올리니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영등포와 구로를 거쳐 광명 다리를 건너며 안양천 양옆으로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 도로를 따라 차분히 페달을 밟았다. 길가에는 연휴를 맞아 가을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양천구 구역에 들어서자 활궁장과 파크골프장에서 어르신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파크골프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는지 수많은 사람이 모여 열기를 더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궁도나 양궁 경기가 열리는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활기 넘치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자전거는 어느덧 양천을 지나 강서 방향으로 달렸다. 이윽고 한강과 안양천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수부에 다다랐다. 탁 트인 한강 수면 위로 가을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건너편을 조망했다.


(한강 합수부와 선유도공원 근처)

가까이 월드컵경기장의 웅장한 자태와 하늘공원의 능선이 눈에 들어왔고, 맑은 날씨 덕분에 북한산의 보현봉까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서울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잠시 휴식을 마친 뒤 다시 페달을 밟아 영등포구 양화한강공원 쪽으로 향했다. 당산역을 거쳐 선유도역 근처 선유도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새로 조성된 장미꽃 단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계절을 잊은 듯 아름답게 가꾸어진 장미 단지는 시민들이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휴식처였다. 정성스레 조성된 꽃길을 지나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접어들어 서서히 63빌딩 근처까지 바퀴를 굴렸다.


63빌딩 근처를 한 바퀴 돌며 한강의 풍경을 온전히 품은 뒤, 마포대교를 건너 집이 있는 공덕 방향으로 귀가하는 코스를 잡았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오전 11시까지, 꼬박 4시간 동안 이어진 자전거 하이킹이었다.

(한강 여의도지역에서 바라본 밤섬과 북한산)


어느덧 인생의 나이도 70대에 접어들었다.

옛날 같으면 쉬어야 할 나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지금은 인생의 가장 찬란한 금빛 시간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조금 힘들거나 경사가 완만하지 않을 때는 무리하지 않고 내릴 줄 아는 지혜도 생겼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의 들꽃과 나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시간 또한 참으로 귀하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면서도 하루 목표인 8,000보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전거의 속도감과 걷기의 느림이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은 한층 더 건강해짐을 느낀다.


스스로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추어 운동을 조절하며 즐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오전 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하이킹으로 채우고 돌아오는 길, 몸은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 가득했지만 마음만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상쾌하고 보람차다. 흐르는 세월을 그저 무의미하게 보내버릴 수는 없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고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일상은 늘 다채롭고 활기차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가 하면, 때로는 부지런히 걸어 목표 걸음 수를 채우고, 친구들과 함께 탁구나 당구를 치거나 스크린 골프를 즐기며 어울리기도 한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서재에 앉아 지나온 삶과 오늘의 감흥을 종종 시로 적어 내려가고, 수필을 써서 공모전에 도전하며 글 쓰는 기쁨을 누린다.



"지금 이 시기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80대가 되었을 때 분명히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생각은 나를 늘 깨어있게 만든다. 먼 훗날 지난날을 돌아보았을 때, "참으로 열심히 살았고, 참으로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삶을 누렸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이 허락하는 오늘, 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마음껏 호흡하고 운동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의 이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이다.

오늘도 맑은 가을 바람 속에서 페달을 밟으며 나는 내 삶에 감사하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향해 다시 한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본다. 건강하게, 즐겁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나의 가을은 이렇게 깊고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다.

(가을과 어울리는 글 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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