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후반전 4

교외선 ㆍ시

by자봉

가을이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면

나는 덜컹거리는 옛 길로 나선다.



대곡역을 지나 송추, 일영, 장흥,의정부역으로로 이어지는 오래된 철길 위,

빠름을 잊은 교외선 무궁화호에 몸을 싣는다.

(대곡역에 정차중인 무궁화호)


창밖으로 흐르는 산과 들은

재촉하는 법 없이 제 빛깔을 채우고,

바삐 달리는 고속열차의 세상 너머와 달리

무궁화호 열차는 잊혀가던 아날로그의 시간이 온기를 드러낸다.



일흔의 언덕을 넘어서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세월이 안타까워

덜컹이며 가던 옛 완행열차를 떠올려본다.



비록 그 정겨운 이름은 아득해졌어도

천천히 숨을 고르는 무궁화호가 있어 다행이다ㆍ

창가에 머무는 가을 햇살을 만지며

속도에 쫓기던 마음을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풍경을 다 담지 못할 만큼 빠른 날들보다

창가에 멈추어 선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오늘,

천천히 흘러가는 이 열차 안에서

지나온 삶의 모든 계절이 아련하고 따스하다.

(무궁화호 열차와 시각표)


(차창밝의 코스모스와 익어가는 벼)


(실개천과 콩밭 그리고 비닐하우스)


(일영과 장흥역 근처 시냇가와 농작물)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들)


(산과 벼ㆍ작물을 보니 눈이 즐겁다)


작가의 이전글하루가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