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가족사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 '종손'이자 '장손'이라는 두 글자는 나면서부터 짊어진 평생의 숙명이었다
가문의 대를 잇고 문중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바카라임감은 어릴 적부터 어깨를 짓눌렀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바른길만을 걸어가고자 했다.
35년간의 온라인 게임생활을 명예롭게 마치고, 칠십이라는 나이의 고개에
다다른 지금, 정작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나 문중의 감사함이 아닌, 가슴뼈를 파고드는 헛헛함과 깊은 서러움이었다.
어느 날 문득 집안의 동생들과 아버지와 숙부님들의 야속한 태도로 인해 가슴이 터질 듯한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유교적 관념이 깊게 내재된 집안에서. 단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버님과 가족으로 부터 받아야 했던 천대와 냉대는 삶의 가장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칠십 평생을 가문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제 몫을 다해왔건만, 돌아온 것은 억울한 누명과 오해, 그리고 친척들과의 단절이었다.
세상 살다 보니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어 이제는 연락조차 끊고 살아가고 있지만, 가슴 한구석에 얹힌 답답한 앙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어느 날 오전,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발길이 향한 곳은 문래동에서 중학 동창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이었다. 초록빛 화면을 향해 하얀 공을 힘껏 때려 날릴 때마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조금씩 깨져 나가는 듯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참된 고향 친구와 나누는 따뜻한 입담과 한 잔의 커피는, 세상의 모함과 서러움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에 자그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홀로 앉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가만히 되짚어보았다.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 사람들은 흔히 남을 탓하고 환경을 원망하곤 한다.
하지만 문득 옛 성현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성찰의 지혜였다.
수필을 써 내려가며 마음에 새기는 글귀 하나가 있다. 바로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초상지풍(草上之風)'이라는 사자성어이다.
풀 초(草), 위 상(上), 갈지(之), 바람 풍(風). '풀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본래 노나라의 위정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묻는 과정에서 유래되었다.
계강자가 "만약 무도한 자를 죽여서 도리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가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는 법을 쓰려하는가? 그대가 선하고자 하면 백성도 선해질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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