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by자봉


오래된 철길을 따라

낮게 베어 드는 가을바람 하나.

멈춰 선 기차의 바퀴 자국마다

소란했던 여름의 온기가 식어가고

갈색으로 깊어지는 잔디밭 위로

어느덧 낯선 서늘함이 번져간다.

한때는 멀리 떠나려는 마음들이

덜컹이며 모여들던 곳,

이제는 나란히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나뭇잎 떨구는 소리가 고작이다.



빌딩 숲을 비집고 건너온 바람이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스치고

벤치 끝에 홀로 앉은 누군가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쥐고 달아날 때,

버려진 철길은 다시 연결된다.



지나간 계절과 다가올 계절 사이,

잊고 지낸 마음과 마주할 시간 사이로.

가을이,

그 옛날 기차보다 빠르게

숲길을 지나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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