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by자봉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은 평온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무료함을 달래고 소소한 용돈벌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주식 거래는 종종 평화롭던 일상을 뒤흔드는 재앙의 씨앗이 되곤 한다.


처음에는 푼돈으로 조금씩 이익을 보며 깊은 자신감을 얻는다. 세상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고, 자신의 선택이 늘 옳다는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달콤한 자신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은행 대출과 미수, 신용이라는 무리한 손길로 이어지며 파멸의 늪으로 발을 들이게 만든다.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반도체와 방산주의 폭등은 그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이었다. 매일같이 방송과 미디어에 나오는 이른바 ‘투자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은 장밋빛 미래만을 외쳐댔다.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터무니없이 높여 부르고, 하이닉스와 다른 주도주들이 금방이라도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처럼 선동했다. 심지어 ‘물려도 좋으니 무조건 반도체를 사라’며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친목 모임에 나가면 누구는 수천만 원으로 억 단위의 돈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영웅담처럼 떠돌았고, 주식을 하지 않는 이는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이자 바보처럼 취급받는 광풍이 몰아쳤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자리는 참혹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시장의 거품이 걷히고 반도체주마저 힘없이 폭락하자, 수많은 은퇴자와 개인투자자들의 삶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주식은 결국 합법적인 도박이며, 패가망신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뼈아픈 경고가 현실이 된 순간이다.


어느 누구는 가정이 무너지고 노후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아우성 속에서도, 그토록 당당하게 매수를 외치던 이들은 이제 쥐 죽은 듯 입을 닫고 있다.

증권사와 미디어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수수료’와 ‘조회수’라는 철저한 이해관계를 위해 대중의 탐욕을 자극한다.

투자 리포트 하단에 적힌 “모든 바카라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무바카라임한 면피용 한 줄 뒤에 숨어, 폭락장 속에서 원망과 슬픔에 잠긴 개인투자자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고 있다.


눈부신 상승장 속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그 무바카라임한 조언자들이 폭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카라임 회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볼 때, 밀려오는 원망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타인의 아픔을 방관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시장의 냉혹한 원리를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의 속삭임에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의 본질과 소중한 평온을 묵묵히 지켜내는 단단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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