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시

by자봉

창밖의 장마비 그치고 매미 소리 드높아지면

마음은 다시 그해 여름,

이글거리던 고향의 자갈밭으로 걸어갑니다.



동무들 냇가로 물장구치러 달려갈 때

어린 손에 쥐어졌던 닳고 닳은 호미 한 자루,

아버지가 어깨에 메어주신 커다란 삽 한 자루.

그것이 내 여름방학의 전부였습니다.



정수리를 뚫을 듯 쏟아지던 붉은 뙤약볕,

발바닥부터 달아오르던 뜨거운 흙의 열기 속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마다 바라본

부모님의 등은 소금꽃으로 하얗게 피어나 있었습니다.




호미 끝에 걸리는 질긴 풀뿌리를 캐내며

어린 마음에는 원망의 눈물도 찔끔 났었지만,

말없이 삽날을 깊이 찌르시던 아버지의 굳은살 찬 손과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건네시던 어머니의 미지근한 보리차 한 모금에 투정은 이내 땀방울과 함께 흙 속으로 스며들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토록 피하고 싶던 고단한 들녘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내 삶에 거친 풍랑이 일 때마다

나를 버티게 한 것은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배운 흙의 정직함이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도, 그 시절의 젊은 날도 가고 없지만

내 손바닥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호미의 감촉.

그 여름날의 고생은 메마른 도시 삶을 키워낸

가장 뜨겁고도 눈부신 자양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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