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흐린 줄 알았더니
파랗게 멍든 숫자들이
빗물처럼 아래로 아래로만 쏟아집니다.
창밖의 장마는 땅을 적시고
시장의 장마는 타들어 가는 가슴을 적십니다.
끝없이 밀려오는 먹구름에
지키고 선 어깨가 오늘따라 더 무겁고,
하락의 계곡은 깊어만 가는데
돌아오는 길, 우산마저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뿌리 깊은 나무는 폭풍우를 견뎌내고,
모든 폭락의 끝에는
다시 일어설 반등의 싹이 자라나는 법.
세차게 때리는 이 비도
결국은 지나갈 계절의 한 자락일 뿐,
영원히 쏟아지는 비는 없고
영원히 내리기만 하는 붉은 비 눈물도 없습니다.
차가운 빗줄기가 거치고 나면
대지는 더 단단하게 굳어지듯,
견뎌낸 이 시간의 끝에는
다시 파랗게 피어날 맑은 하늘과
쨍하게 떠오를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비바람이 거센 날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흐름임을 믿으며 힘찬
발걸음을 디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