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지금, 나를 다시 배우는시간.

by쫄보 원더우먼

2화. 지금, 나를 다시 배우는시간.

은퇴를 앞둔 분들께 가끔 이런 숙제를 드립니다. "좋아하는 것을 열 가지만 적어보세요."

대부분 한참을 머뭇거리십니다. 빈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다, 겨우 한두 개를 적고는 펜을 내려놓으시고요. 그러고는 멋쩍게 웃으십니다. "이상하네요. 막상 쓰려니 아무것도 안 떠올라요."

저도 똑같았습니다. 분 단위로 일정을 채우며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단 한 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무심하게 살아서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걸 들여다볼 틈도 없이, 그저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는 증거에 더 가깝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온라인 게임에서의 바카라임을 위해서 달리던 우리는 정작 나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볼 여유조차 없었던 거죠.


그러니 한 줄밖에 못 적었다고 자바카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질문을 한번 바꿔보세요. "나는 무엇을 잘하지?"

신기하게도, 이 질문에는 답이 곧잘 나옵니다. 30년 넘게 무언가를 해온 사람에게는,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밴 힘이 분명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 누군가는 "사람을 살피는 것", 또 누군가는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적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그다음에 천천히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잘하는 것 하나를 손에 쥐는 것, 어쩌면 그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든든한 첫 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종이 한 장을 꺼내보시면 어떨까요. 잘 안 써져도 괜찮습니다. 그 빈 칸 앞에 선 사람이, 당신 혼자만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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