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노트] 막국수 한그릇
막국수 한 그릇
2년 전 오늘의 일이다.
여든다섯 어머니를 모시고, 옛 기억을 더듬어 동네 맛집을 찾아 나섰다.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맛있게 먹던 쟁반막국수가 내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쉬운 대로, 추천받은 다른 막국수집으로 향했다. 파주에서 유명하던 집이 이사해 새로 열었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국수를 기다리는데, 옆자리 어르신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알고 보니 어머니와 같은 동네, 익숙한 학교 이야기가 오가자 어머니의 옛 추억이 줄줄이 소환됐다. 어머니는 싱글벙글, 모처럼 환해지셨다.
요즘 통 잘 못 드시는 어머니라, 한 그릇의 5분의 1이나 드실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어르신이 나가시며, 어머니 몫의 막국수를 계산하고 싶다고 하셨다. “같은 연배신데, 제 어머니는 치매로 병원에 계세요. 어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건강하시라고 사드리는 거라며, 멋진 미소를 남기고 사라지셨다.
그 덕분이었을까. 어머니는 그날, 국수를 한 그릇 다 비우셨다.
주인장도 곁에서 말을 보탰다. 예전에 일하던 곳이 제 친정 근처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더니, “어머니, 미소 지으실 때 너무 예쁘세요.” 그 한마디에 어머니는 또 입이 귀에 걸리셨다.
걸음마다 통증을 느끼시는 어머니. 바깥나들이를 그렇게 싫어하고 귀찮아하시는데, 그날은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 표정이었다. 자주 말 걸어주는 식당, 옛 기억을 함께 꺼내줄 누군가. 그런 곳에, 그런 사람과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걱정이었다. 저걸 다 드시다니, 체하시진 않을까. 그래도 저리 기분 좋게 드셨으니, 괜찮으시겠지.
참 소중한 기억이었다. 그때 나는 다짐했었다. 나도 언젠가 저분처럼, 누군가의 어머니께 꼭 보답해야지.
그런데 오늘 이 글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 다짐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새삼 놀랍고, 조금 부끄럽다.
그러니 올해는, 어딘가에서 모르는 어르신께 막국수 한 그릇을 사드려야겠다. 2년 전 그날, 어머니의 그릇을 비워주신 그 미소를 갚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