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딩, 오늘도 아버지는 잘 계십니다

스마트싱이 전하는 부모님 안부

by쫄보 원더우먼

87세 어머니가 코마 상태로 병원에 누워 계시던 그때,

제 마음은 반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절반은 어머니가 계신 병실에,

나머지 절반은 집에 혼자 계신 88세 아버지에게.

병실을 지키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같은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아침은 드셨을까. 오늘은 일어나셨을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몇 시간 만에 알게 될까.

전화를 드리면 아버지는 늘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 “괜찮다”는 말은 정보가 아니라 배려에 가깝습니다.

자식 걱정 하나라도 덜어주려는, 아버지 나름의 방식이지요.

그래서 저는 계속 불안했습니다.


띠딩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휴대폰에 알림이 하나 떴습니다.

“세탁이 완료되었습니다.”

언젠가 큰맘 먹고 연결해 둔 스마트싱스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편하려고, 신기해서 해둔 일이었는데

그날 그 짧은 문장은 저에게 전혀 다른 말로 읽혔습니다.

아버지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셨구나.

세탁기 앞까지 걸어가셨구나.

빨래를 돌릴 만큼의 기운이 있으시구나.

오늘도 아버지는 당신의 하루를 살고 계시는구나.

안부 전화 열 통보다,

그 “띠딩” 한 번이 저를 더 안심시켰습니다.

병실 복도에 앉아 그 알림을 한참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울컥했다가, 조금 웃었다가,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쉬었습니다.


개발자들은 알까요


가전제품의 완료 알림.

원래는 “빨래 꺼내세요”, “밥 다 됐어요” 정도의 편의 기능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오십 대의 저에게 그것은

부모님이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고 계신다는 생존 신호였습니다.

이 기능을 만든 분들은 알고 계실까요.

누군가는 이 알림을 편의가 아니라 안심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병실에서, 출근길에서, 회의 중간에 몰래 휴대폰을 확인하며

“오늘도 괜찮으시구나” 하고 안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돌봄은 대단한 장비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세탁기 알림 하나였습니다.


오늘도 휴대폰이 울립니다.

띠딩.

별것 아닌 소리인데,

저는 그 소리를 하루 중 가장 반가운 안부 인사로 듣습니다.

혹시 지금 저와 비슷한 자리에 서 계신 분이 있다면,

그 마음 잘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의 ‘띠딩’이 당신에게도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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