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노트]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있다

by쫄보 원더우먼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있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가 나왔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이라는 부제처럼, 방영 당시 나는 얼마나 그 드라마에 몰입했었는지 모른다. 겨울밤, 메밀꽃, 그리고 첫눈이 오면 누군가를 소환할 수 있을 것만 같던 그 계절의 공기까지, 지금도 선명하다.


그 도깨비가 방영 10주년을 맞았다. 주인공들이 하루 여행을 떠나는 특집 에피소드가 방송을 탔고, 나는 다시 그 시절로 소환되듯 화면 앞에 앉았다.


저녁 무렵, 함께했던 조연 배우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사정상 자리하지 못한 출연진들이 영상으로 남긴 인사를 다 함께 보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 한 원로 배우의 얼굴이 화면에 떠오르자 모두가 놀라 자세를 고쳐 앉았다.


누굴까, 했더니 '도깨비'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하셨던 배우 김성겸(85) 선생님이셨다.


"나으리, 10년 만에 뵙습니다."

"나으리는 항상 제 마음속에 나으리로 자리 잡고 계십니다."


시간의 빠름을 실감하게 하는 원로 배우의 인사에, 영상을 지켜보던 공유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눈이 촉촉해졌다. 화면 밖의 내 눈도 그랬다.


그 짧은 인사를 들으며, 왜 우리 가슴엔 뭉클함과 촉촉함이 함께 차올랐을까.


그건 아마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어른' 배우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음을, 우리가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수업 시간에 <꽃보다 할배>와 <베토벤 바이러스>를 종종 인용한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하셨던, '직진'의 이순재 선생님도 지난해 유명을 달리하셨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는 것만 인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었다. 세월의 야속함과 세대가 바뀌어 가는 그 중간에 놓인 우리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속상함이 한꺼번에 밀려온 것이리라.

기시미 이치로의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간병은 꽃피는 나무에 물주기와 같다. 두 번 다시 꽃이 피는 일이 없을지 모르는 나무라 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물주기'라면 그 일을 멈추고 싶지 않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몸이 쇠약해지는 것 또한 불가항력이다. 어느 누구도 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어른들은 언제일지 모르게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그 길을 따를 것이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는 지금 곁에 있음의 반가움과,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미리 온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오늘, 물을 줄 수 있는 나무가 있다면, 물을 주자. 전화 한 통, 안부 한마디도 물주기라면 물주기이니까.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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