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편 6화] 에에? 털이 어디갔지?
아이가 퇴원했다. 그리고 정말 간만에, 여유로운 주말이 찾아왔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유튜브를 틀어 이리저리 서핑을 하다가 선우용녀 님의 채널에 머물렀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며 "나의 행복, 나를 아끼는 법, 나를 소중히 대하는 법"을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그러다 PD님과 나누는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이가 들면, 털이 없어진다."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였나,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팔의 털을 아부지 면도기로 몰래 밀었다가, 더 굵게 올라와서 당황했던 일.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물끄러미 내 팔을 내려다보았다.
어? 어?? 어어???
…털이, 하나도 없었다.
에에? 이게 무슨 일이야. 여름이면 가끔 면도를 하던 겨드랑이를 슬쩍 보았다.
에에??? 어디 갔어??? 털썩—
겨드랑이 털도,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디로 간 걸까. 부들부들, 어쩐지 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맨살의 피부.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얼굴 피부에만 예민했다. 주름이며 기미, 흑자 같은 것들. 줄어드는 앞머리 모발만 걱정했지, 내 몸 다른 곳의 털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털'은 내 걱정거리의 안주에도 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그래, 오십 대의 나는… 부모님 간병에, 아이들 간병에, 고3 챙기기까지. 그렇게 모두를 챙기느라 정작 나 자신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구나. 털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만큼.
궁금증을 못 참고,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 연령에 따른 매우 자연스러운 변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리털도 거의 없어지셨나요, 아니면 팔과 겨드랑이만 줄어든 편인가요?
다리를 보았다. 다행히(?) 다리털은 아직 있었다.
> 그렇다면 정상 범위일 가능성이 큽니다 ? 팔·겨드랑이 털은 가늘고 호르몬 변화에 민감해서 먼저 줄고, 다리털은 상대적으로 굵어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덧붙였다. 만약 최근 몇 달 새 갑자기 털이 빠졌거나, 눈썹·속눈썹도 함께 많이 빠졌거나, 머리카락이 갑자기 가늘어졌거나, 심한 피로감·추위·체중 증가가 같이 있다면 갑상선 기능저하 같은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그런 신호가 없다면, 대개는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혹시 걱정되는 신호가 함께 있다면, AI 말고 꼭 가까운 병원에서 확인하시길!)
그래서, 당신도 한번 확인해보시길. 당신의 '털'은 안녕한지.
아,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 변화는 남녀가 조금 다르다고 한다. 여성은 팔·다리·겨드랑이 털이 줄어드는 대신 턱이나 입가에 굵은 털이 한두 개 '짠—' 하고 등장하기도 하고, 남성은 팔다리 털이 줄면서 귀털과 콧털이 오히려 더 길고 굵어지기도 한다고. 모낭마다 호르몬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른 탓이란다.
몸은 이렇게, 조용히 자기만의 속도로 나이를 먹어간다.
그러니 이제는, 사라진 털만큼이나 나 자신도 좀 들여다봐야겠다. 모두를 챙기던 그 손길로, 오늘은 나를 한 번 더 챙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