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원더우먼의 짬노트 ] 72세 대학생

by쫄보 원더우먼

72세, 대학생


일주일에 한 번, 출근길에 들르는 주유소가 있다.


가끔 주유를 하다 보면 자동 레버가 “틱, 틱” 자꾸 멈춰서, 손으로 몇 번이나 눌러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시는 분이 계셨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 자글자글한 주름, 안경, 그리고 빨간 챙 모자. 늘 선한 웃음을 지으시는 여성 어르신이었다.


오늘은 다른 차도 없고, 나 혼자 그 레버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도 어김없이 어르신이 다가오셨다.


“지난번에 알려주신 방법으로, 주유 잘 하고 있어요.”

마침 한가한 시간이라,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래 봬도 내가, 대학생이라우.”

어르신은 조금 장난스럽게, 그러나 또렷한 자부심으로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안 시켜주신 게 한이 되었단다.


그래서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지방이지만 기어이 대학까지 들어가셨다고. 그러면서 힘주어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나이 들수록,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자꾸 나가야지.”


일흔둘. 작년에 남편과 사별하신 뒤, 어르신은 오히려 더 부지런히 당신의 행복을 찾고 계셨다. 주유소에서 일하시고, 슬롯복지를 전공하며 대학 수업도 들으시면서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나 보던, 그 적극적인 어르신의 모습이 내 눈앞에 있었다.


“종일 서 계시면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오십인데도 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걸요.”

조심스레 여쭙자,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셨다.


“첫 몇 주는 죽는 줄 알았는데, 그다음엔 되레 체력이 붙더라고. 포인트며 결제며 복잡한 것도, 시간 지나니 다 익숙해져요. 겁낼 거 하나 없어.”


그 말씀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오십 중반. 교통사고로 약해진 몸을 핑계 삼아, 나는 너무 쉽게 나약해져 있던 건 아닐까. 못 한다고, 아프다고, 늦었다고 먼저 접어버린 건 정작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어르신의 선한 미소와 활기찬 몸짓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빨간 챙 모자의 어르신 덕분에,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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